[기획]K-산업, 기술안보 강화 시스템 마련 분주
‘보안의날’ 지정·교육수칙 통해 보안의식 강화… 보안전담팀 구성 고도화되는 기술·인력 탈취… 정부 “전문 인력 투입 촘촘히 수사”
2024-10-31 김성지 기자
매일일보 = 김성지 기자 | 국내 산업계 전반에서 기술·인력 유출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기업들이 보안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술과 인력은 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보안을 강화해 유출을 방지해 내실을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이 보안 관련 시스템 구축으로 분주하다.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의 매월 첫째주 월요일은 ‘DS 보안의날’이다. 보안 의식을 강화하고 생활화하자는 취지로, 임직원이 자체적으로 보안을 점검한다. 또 다양한 채널을 통해 보안 가이드를 안내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정보 보안과 관련한 교육 횟수도 확대했다. 이는 경쟁사로의 기술이나 인력 유출을 비롯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업 내부 정보가 흘러가는 사례등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해석이다. 삼성전자는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해마다 정기 감사를 진행하며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사내 보안을 철저히 한다. 올해부터 보안업무를 전담하는 ‘보안분석팀’을 운영하며 팀 단위로 흩어진 보안관리 기능을 일원화했다. 해킹·피싱 등 외부 공격을 방어하며 규정외의 내부 정보가 외부로 반출되는 정황도 탐지한다. 디지털전환(DX) 전문기업 LG CNS는 올해 퍼플랩을 설립했다. 퍼플랩은 시스템을 모의 해킹하고 공격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레드팀과 스마트 보안관제센터를 365일 24시간 운영하는 블루팀으로 구성된다. 주기적으로 ‘보안 취약점 심층분석 보고서’를 발간하며 기업 내부 데이터 유출 위험성에 대해 경고한다. 업계에서는 기업들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 탈취에 대한 핵심 증거는 가해 기업이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현재로썬 기술개발 도용·탈취 사실을 피해 기업이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형체가 없는 자산이라 입증 절차가 복잡한 것도 있지만, 애초에 피해 사실을 소명할 방법도 거의 없으며 침해를 입증하더라도 피해액 산정이 어려워 충분한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1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사건 33건 중 20건이 무죄판결을 받았으며 집행 유예도 9건에 이르렀다. 실체가 존재하지 않아 대부분 유죄를 입증하지 못했다. 엔지니어와 전문 인력 부족한 상황 속 인력 유출 문제도 심각하다. 글로벌 구인·구직 플랫폼 링크드인 기준 한국은 1만명당 ‘이공계 인재 이동’에서 -0.3을 기록하며, 한국 지역의 인재가 감소했음이 확인했다. 한국은 2021년 이후 지속해서 하락 중이다. 국내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글로벌 기업과 자본으로 맞붙기는 쉽지 않다. 타국 경쟁사들은 연봉·복지 등 달콤한 유혹을 통해 국내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또 경력직 인력에 대해서는 문·연구용역 형식으로 채용해 ‘전직금지약정’을 피하고 있다. 최근 정부도 해당 문제와 관련해 심각성을 인지해 적극 대응하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특허청은 ‘글로벌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유출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첨단산업 분야의 기술 유출 증가로 인한 국가적 피해를 방지하고 기술 탈취를 억제하기 위함이다. 이에 영업비밀 보호 및 부정경쟁 방지 제도, 특허빅데이터 분석 등의 핵심 기술보호 수단을 활용해 기술유출 대응을 강화한다. 특허청의 기술 전문 인력을 투입해 범정부 기술유출 수사 고도화도 추진한다. 기술유출 수사와 관련해 특허청은 기술 분야에 포진한 1400여명의 심사·심판 전문가를 투입할 계획이다. 김완기 특허청장은 “특허청이 보유한 핵심 자원인 특허빅데이터와 기술 전문 인력을 활용해 기술 유출 조기 포착과 빠른 수사가 진행되도록 하고, 다양한 기술 유출 행위가 법망을 벗어나지 않도록 빈틈없는 기술 보호 제도를 구축해 산업경쟁력 강화를 통한 역동경제 견인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