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원전 동맹'이라더니... 체코 24조 원전 수주 '일시 보류'

두코바니 원전 사업 美 웨스팅하우스 등 이의 신청 당정 나란히 '침묵'... 산업부 "내년 3월 본계약 차질 없어"

2024-10-31     조석근 기자
윤석열

매일일보 = 조석근 기자  |  체코 정부의 반독점 감시 당국이 체코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의 신규 원전 건설사업 계약을 '일시 보류'했다. 윤석열 정부가 예고한 24조원 규모 두코바니 원전 사업의 본계약 시점은 내년 3월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체코와 '원전 동맹'을 언급하며 지난 9월 직접 체코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적극적인 지원을 강조할 정도로 이번 정부의 간판 사업이다. 반독점국의 판단에 따라 사업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윤 대통령 입장에선 머쓱한 상황이다.

30일(현지시간) AFP,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체코 반독점사무소(UHOS)는 자국 정부와 한수원간 원전 사업을 일시 보류 조치했다. 프랑스전력공사(EDF)와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이의제기에 따른 결정이란 것이다.

체코 정부는 지난 7월 두코바니 원전 추가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했다. 내년 3월까지 최종계약을 앞두고 사업 추진을 위한 세부사항을 조율하는 과정이다.

문제는 입찰경쟁에서 탈락한 EDF와 웨스팅하우스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체코 당국에 이의를 제기했다는 점이다. 웨스팅하우스의 경우 국내 원자로 설계기술에 대한 특허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 허락 없이 기술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7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사실을 발표하며 한국이 24조원 규모 체코 신규 원전 2기를 수주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입찰금액과 관련해 EDF 등 경쟁 업체들은 한수원측이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제시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두코바니 원전은 2029년 착공, 2036년 상업 운전이 목표다. 이 원전의 본계약 체결이 이뤄질 경우 한국의 원전 수출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2009년 20조원 규모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의 수출 성과이기도 하다.

다만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총사업비 23조6000억원 중 체코 기업의 참여율이 65%에 이른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역대 국내 원전 사업에서 웨스팅하우스측에 대한 로열티 비용이 최대 10%가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수주액은 6조원대라는 것이다. 여기에 원전 건설 사업비와 지연 비용 등을 감안하면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 정부가 ‘탈원전’을 추진한 문재인 정부와 가장 차별성을 두는 에너지·산업 정책이 원전이다. 두코바니 원전의 경우 윤석열 정부의 최대 역점 사업이라 불릴 만큼 윤 대통령 본인부터 각별한 공을 들였다.

윤 대통령은 전날 신한울 원전 1·2호기 종합준공 및 3·4호기 착공식에서도 "저와 정부는 체코 원전 수주를 발판으로 우리 원전 산업의 수출길을 더 크게 활짝 열어나갈 것"이라며 "체코 원전의 내년 본계약 체결이 잘 성사되도록 직접 끝까지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같은 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탈원전 정상화, 원전 수출로 무너진 생태계를 복원하고 세계 원전 르네상스라는 호기를 잡았다"며 현 정부의 원전 성과를 한껏 치켜올렸다.

한편 대통령실은 체코 반독점국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체코 경쟁당국이 진정을 접수했기 때문에 표준절차에 따라 예비조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수원과 발주사간 계약협상은 기존 정해진 절차와 일정에 따라 내년 3월 계약 체결을 목표로 차질 없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