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고통 누가 알까” 광주 초등생 참사 추모 발길 이어져
부모·시민 애통 “우리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 현장에 국화와 과자 어린이 안전 대책 마련 시급, 시민들 요구 높아져
2024-10-31 손봉선 기자
매일일보 = 손봉선 기자 | 광주 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후진하던 폐기물 수거차에 치여 숨진 초등학생 A(7)양을 애도하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어린 딸을 떠나보낸 부모는 믿기 어려운 비극에 말을 잇지 못하고, 시민들은 사고 현장에 추모의 국화와 과자를 놓으며 애통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 31일 A양의 장례식장에는 아이의 영정 앞에 흐느끼는 부모와 조문객들이 모여들었다. 아버지는 밝고 사랑스러웠던 딸의 사진을 바라보며 “얼마나 아팠겠느냐”는 위로에도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삼켰다. 참척(慘慽)의 고통에 허탈하게 주저앉은 부모의 모습은 주변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이날 A양이 사고를 당했던 아파트 분리수거장 앞에는 추모의 표시로 국화와 과자 등이 가득 놓였다. 시민들은 사고 소식을 접한 뒤 한 송이 국화라도 내려놓기 위해 잇달아 찾아와 “친구야,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편히 쉬어”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엄마와 함께 온 한 어린아이도 “아프지 마”라는 말과 함께 상처 치료용 반창고를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어린 딸과 함께 사고 현장을 찾은 주민 박모(39)씨는 같은 반 친구의 비극적인 소식을 믿기 어렵다며, 같은 부모로서 참담함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 최모(47)씨는 현장을 바라보다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며 “이제 부모는 어떻게 사느냐”며 애통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 김모(38)씨는 “또래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해줄 수 있는 게 꽃 한 송이 올려놓는 것밖에 없다”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A양은 전날 오후 1시 20분께 광주 북구 신용동의 아파트 단지에서 후진하던 폐기물 수거차량에 치여 숨졌다. A양이 분리수거장 앞을 지나던 중 발생한 사고로, 운전자인 B(49)씨는 경찰 조사에서 “뒤에 아이가 있는 줄 몰랐다”고 진술했다. B씨는 사고 당시 동료 없이 홀로 운전하며 폐기물 수거 업무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B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사고를 접한 부모들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 왜 이렇게 위험해야 하느냐”며 관리 부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사고 소식에 분노와 안타까움을 표하는 부모들과 시민들은 하루빨리 어린이 안전에 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대형 차량의 후진 시 경고 시스템과 보조 인력 배치 등 안전장치 강화에 대한 요구가 거세다. 안전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생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