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피의자 도주 사건, 광주·전남 경찰 호송 체계 부실 드러나
불법체류자 도주 사건 7건 중 6건…내부 규정 강화 지시에도 도주 계속 일선 경찰서 “신뢰도 하락” 우려…호송 절차 재점검 시급
2024-11-01 손봉선기자
매일일보 = 손봉선 기자 |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 피의자가 호송 도중 연이어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찰의 피의자 관리에 대한 허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은 이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 규정과 대책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피의자 도주 사건이 계속 발생해 시민 불안을 키우고 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31일 도주 및 도박,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베트남 국적의 30대 불법체류자 A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다. A씨는 도박 혐의로 체포돼 경찰 호송을 받던 중 경찰서를 목전에 두고 탈출을 감행했다. 이날 오전 1시 15분, 광산경찰서 민원실 앞에서 경찰관을 밀치고 순식간에 도주한 A씨는 18시간 동안 종적을 감췄다. 경찰은 광산경찰서 인근의 한 사찰 공터에서 그를 붙잡았다. 이번 사건은 나주에서 발생한 유사한 도주 사건 이후 보름 만에 발생했다. 지난 16일에도 나주에서 태국 국적의 30대 불법체류자 B씨가 호송 중 경찰서를 앞두고 도주한 바 있다. 당시 B씨는 수갑을 차지 않은 상태였으며, 도주 후 약 10시간 만에 붙잡혔다. 이어 지난해에도 광산경찰서에서는 베트남 국적 피의자 23명 중 10명이 도주한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조사 과정에서 집단으로 탈출했다가 하루 만에 검거됐다. 이러한 반복적인 사건에 경찰청은 피의자 도주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전국 시·도경찰청에 수갑 착용과 경찰관 동승을 철저히 시행할 것을 강조했다. 지난 17일에는 긴급 영상회의를 열어 피의자 호송 규정 강화를 지시한 상태였다. 그러나 대책 발표 약 보름 만에 또다시 도주 사건이 발생하면서 경찰의 호송 체계 부실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경찰수사규칙 제56조는 체포나 구속된 피의자를 호송할 때 도주 및 자살 예방, 신변안전, 증거인멸 방지에 각별히 유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선 경찰서에서 이러한 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피의자 도주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 내부에서도 이번 사건에 대해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 도주가 잦아질수록 경찰의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번 사건에서 A씨에게 수갑이 채워졌더라도 경찰이 호송 과정에서 더욱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경찰이 체포한 피의자가 호송 도중 도주한 사건은 총 7건으로, 이 가운데 6건은 불법체류자 피의자들이었다. 특히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 도주 사건이 반복되고 있어 이에 대한 지역 경찰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은 피의자 관리 체계를 재점검하고 호송 절차를 한층 강화해 도주 예방책을 재정비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