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성별은 내가 결정”…독일, 성별자기결정법 시행
남성·여성·다양·무기재 중 선택 기재…기존 성별 삭제 가능
2024-11-01 김성지 기자
매일일보 = 김성지 기자 | 독일에서 자기 성별을 법원 허가 없이 스스로 바꿔 등록할 수 있는 성별자기결정법이 발효됐다.
1일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에 따르면 법률 시행에 앞서 미리 접수된 성별변경 신청이 지난 8월 한 달에만 1만5000건에 달했다 독일 정부는 기존 성전환법이 성소수자 인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4월 새 법을 제정했다. 기존법에서 등록된 성별을 전환하려면 의사의 심리감정과 법원 결정문이 필요했다. 새 법은 남성·여성·다양·무기재 가운데 한 가지를 등기소에 신고만 하면 성별을 바꿀 수 있도록 했다. 성전환 수술을 받았는지와 무관하게 성별이 여러 가지라고 등록하거나 기존 성별을 삭제할 수도 있다. 독일 정부는 숙려기간을 두고 법 시행 3개월 전부터 신청을 받았다. 독일은 성별 결정을 자기 판단에 맡기는 17번째다. 스벤 레만 연방정부 퀴어담당관은 "마침내 트랜스젠더를 병리적으로 취급하지 않는 국가 그룹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새 제도가 여성·청소년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림 알살렘 유엔 특별보고관은 독일 정부에 보낸 서한을 통해 "성범죄자와 폭력 가해자의 남용을 막을 장치가 없다"며 교도소나 탈의실, 화장실 등 성별이 분리된 공간에서 폭력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좋은 성적을 내는 데 유리한 성별로 바꿔 스포츠 대회에 출전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비수술 트랜스젠더'인 미국 수영선수 리아 토머스(25)는 남자부에서 뛰다가 호르몬 요법으로 여성이 되는 과정을 밟은 뒤 여자부 경기에 출전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쾰른스포츠대학의 베티나 룰로프는 세계육상연맹을 비롯한 상당수 체육단체가 테스토스테른(남성호르몬) 수치를 기준으로 삼는다면서도 "스포츠는 결코 완전히 공평하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