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까지 미국행… 고민 커지는 韓 증시

지난 2월부터 국내 IPO 준비 시작한 토스, 최근 美나스닥 방향 선회 국내 IPO 제값 못 받을까 우려 속 케이뱅크 상장 철회 등이 결정적

2024-11-03     서효문 기자

매일일보 = 서효문 기자  |  토스가 미국 나스닥 상장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복수의 기업들이 상장 철회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미국 나스닥 상장을 결정했다. 국내 증시 시장에서는 핀테크 기업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2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대표주관사, 삼성증권을 공동주관사로 선정해 국내 IPO를 꾀한 8개월 만에 IPO 행선지를 변경했다. 문제는 토스가 미국 상장으로 방향을 변경한 이유다. 나스닥 상장 추진으로 변경한 이유가 국내 증시가 토스의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기에는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보다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케이뱅크의 2번째 상장 철회는 이런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달 18일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받지 못한 것이 상장 철회의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케이뱅크 IPO 재수가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은 시장의 눈높이와의 괴리였다.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주당 희망 공모가로 9500∼1만2000원을 제시했다. 수요예측이 부진하게 나오자 공모가를 8500원으로 내리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는 기업가치를 산정하면서 비교사로 카카오뱅크와 미국·일본의 인터넷 은행을 선정, 비교사 3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 평균인 2.56배를 적용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달 중순에 발간한 10일 보고서에서 "일본과 미국 인터넷은행의 PBR이 국내 인터넷은행보다 상당히 높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의 미국 IPO 성공 역시 토스가 나스닥에 눈을 돌린 이유 중 하나다. 쿠팡은 지난 2021년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해 최근 3년간 한국으로 가장 많은 투자금을 들여온 기업이 됐다. 대부분의 투자금은 물류센터 증설에 사용됐으며, 든든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쿠팡은 지난해 연 매출 30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이 넘는 기록을 달성하며 국내 유통 1위 사업자로 등극했다. 가격 인상 논란이 있는 유료 멤버십 ‘와우 멤버십’ 회원 수 또한 1400만명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