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국민은 죽겠는데 자화자찬하는 정권
2024-11-03 안광석 기자
매일일보 = 안광석 기자 |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 및 가스가 잠들어 있다는 내용의 국정브리핑 직후 시끌시끌하던 때다. 당시 모 건설업체 임원과 식사를 하면서 암울한 국가경제 미래를 논하게 됐다.
자원 하나 나지 않는 나라에서 믿을 것이라곤 맨파워 밖에 없었고, 이것으로 어떻게든 세계무대에서 기적에 가까운 성과를 내왔다. 그런데 앞으로는? 해외에서도 한국을 지목할 정도로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건설업을 포함한 한국의 주력산업들은 대부분 외부변수에 취약하다. 선진국들은 자국보호주의로 똘똘 뭉치고, 중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들은 무서운 기세로 경제 및 산업 주도권을 가져가고 있다. 한강의 기적은 더 이상 ‘진행형’이라기보다는 신화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그런지 그 임원은 사업성 검증이니 역술인 논란은 둘째치고서라도 ‘반드시 석유가 나와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더랬다. 다음 세대를 생각하면 백번 천번 공감이다, 다만 국가경제와 연결된 일에는 간절함과 희망도 어느 정도 냉철한 현실적인 분석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한다. 따라서 최근 윤 대통령의 행보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따른다. 사업 측면에서 대통령의 산유국 부상 희망이 담긴 대왕고래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은 20% 안팎으로 알려졌다. 즉 실패 가능성은 80% 안팎이라는 의미도 된다. 더욱이 당시는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 등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비판이 쏟아지던 때다. 사업성이 채 검증되지도 않은 사안을 모처럼 공식석상에 나와 직접 발표했다는 것은 국면전환을 노린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상당수였다. 그러나 건설임원이 품은 희망처럼 대한민국이 처한 상황이 너무 암울해서였는지, 이후 주식시장은 미친 듯이 요동쳤다. 사업이란 이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시나리오를 상정해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잘못되면 훗날 국민들은 손실과 원망을 누구 책임으로 돌려야 할 것인가. 최근 논란이 될 뻔했던 체코 원전 문제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체코를 방문해 수십조원에 달하는 원전과 배터리 관련 계약들을 체결했다고 자랑스럽게 발표했다. 국민들은 또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고, 특정 성향 언론들은 윤 정권의 업적을 치하했다. 그러나 체코원전 관련 모든 사업은 아직 법적효력이 없는 LOI 및 MOU 교환 단계다. 원전을 포함한 모든 수주사업은 본계약 체결 전까지 절대 결과를 예단해서는 안 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어도 말 그대로 그 대상과 먼저 협상을 하겠다는 것이지, 반드시 최종계약을 체결하겠다는 개런티가 아니다.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고 피해를 감수해야 할지 모르는 만큼 그래서 모든 수주계약은 전 과정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밀유지계약(NDA)을 체결한다. 과연 윤 대통령이 실무협상 과정에서 무엇을 기여했는지는 모르겠다만, 내년 3월 본계약 전에 모든 것을 주도했고 다 성사된 것 마냥 홍보하는 것을 보면서 역대 정권 기시감과 불편함을 느낀다. 때마침 영부인 논란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10%대로 곤두박질치는 상황이다. 원전문제도 칭찬보다는 또 국민전환 카드냐는 비아냥 소리가 커 보인다. 대통령 업무는 모두 국민의 신뢰를 동력으로 삼는다. 정권 초부터 불거졌던 대통령 부부의 무책임과 경솔은 불식된 게 아닌 아예 상식이 된 마당이다,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태는 아직도 국민을 바보로 알고 있다고 광고하는 꼴과 진배없다. 우리 국민은 다음 세대 글로벌경쟁에서 무엇을 먹고 살지 고민해야 할 중대한 시기에 엉뚱하게도 지도자 문제로 잃지 않아도 될 심력을 고갈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