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韓 경제, 잠재력 꺾여 우려 확대
GDP 15배 美에 잠재성장률 역전…獨‧英 등 주요 국가 반등 현상도 현실적 대책으로 외국 인력 부상…“자동화 생산 등 정책 강화 필요”
2025-11-04 신승엽 기자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글로벌 위기에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성장률도 힘을 잃고 있다.
4일 경영계에 따르면, 한국의 성장동력 위축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각종 리스크 속 성장 가능한 요인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자체적인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존재한다. 대외 리스크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고령화와 청년층 감소 현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내외 악재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전방위적인 대책 요구가 늘어나는 추세다. 잠재성장률이란 한 국가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모두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인 잠재 국내총생산(GDP)의 증가율이다. 주로 노동력과 자본, 생산성이 영향을 미친다. 최근 조사에서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미국보다 뒤쳐질 것으로 전망됐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집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정한 올해 한국 잠재성장률은 2.0%로 나타났다. GDP 규모가 한국의 15배 이상인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2.1%로 한국보다 0.1%포인트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국내 잠재성장률은 지난 2020년부터 급락했다. 2020∼2021년 2.4%였지만, 2022년 2.3%로 하락한 이후 지난해 2.0%까지 뚝 떨어졌고, 올해도 2.0%로 유지됐다. 올해 잠재성장률은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낙관론에 불과하다. 통상 GDP가 클수록 잠재성장률이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한다. 한국의 행보는 미국 외에 주요 국가와도 대비된다. 영국·독일 등의 국가도 잠재성장률이 반등하는 추세다. 독일은 2020년 0.7%에서 올해 0.8%로 소폭 올랐다. 영국은 2020년 0.9%에서 지난해 1.2%, 올해 1.1% 수준으로 집계됐다. 구조적인 변화 없이는 선진국보다 더 빠르게 퇴보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잠재성장률은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에 좌우되기 때문에, 자체적인 개선이 요구된다. 경영계 한 관계자는 “한국 내 고령화와 생산성 감소 현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잠재성장률이 꺾인 것으로 분석된다”며 “자동화 생산 등 경제계의 새로운 흐름이 요구된다. 변화 없이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상이 계속해서 추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장 현실적인 대책은 이민 및 외국인력 도입 활성화다.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예상보다 높은 이유로는 외국인의 유입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한 신산업 발전 등이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 유입이 늘어나고, 신산업 발전으로 생산성이 늘어나 잠재성장률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국은 저출생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2016년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줄고 있다. 자체적인 생산인구 수급이 어려울 경우, 해외 인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정부가 외국인 유학생 등을 국내 기업에 매칭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관련 정책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리스크도 존재한다. 한국에서의 외국인 인력은 단순 노동직이 다수를 차지한다.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등의 국가에서 유입된 경우가 다수다. 주요 대기업에는 외국인 기술직이 배치됐지만, 여전히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전문직을 채용하기 어렵다. 신기술을 도입해도 이를 활용할 국내 인력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별도의 이익도 요구된다. 국내에서의 외국인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별도의 기술인력에게는 특별한 장점이 없다. 인공지능(AI) 등의 신산업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급여를 제공하기 어렵다. 결국 외국인 기술직도 상대적으로 급여가 많은 대기업 중심으로 배치될 수밖에 없다. 다만 급여 부문은 일부 완화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 재직자 우대 저축공제’에 외국인 근로자를 포함했다. 일부 조건을 충족해야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 가입 허가로 중소기업 현장의 생산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공제 첫 도입 기념 행사에서 “국내 중소기업 현장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장기 근속을 유도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재직자 우대 저축공제에 외국인을 포함시켰다”면서 “경영자 입장에서는 현장에 맞는 외국인 근로자를 남길 수 있도록 재량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제조업 현장에서는 현실적인 벽이 높다고 지적한다. 중소제조업 관계자는 “외국인 기술직 근로자를 현장에 배치해도 국내 규격과 해외 국가와의 차이점 등의 교육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장벽이 존재한다”며 “결국 정부의 지원과 함께, 공정 자동화 등의 생산성을 높일 대책부터 견고하게 쌓아야 국가 전반적인 성장세 전환이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