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코앞” 의정협의체 제자리걸음… 의협·의대교수 합류 가능성↓

한동훈 대표 "11일 협의체 출범할 것"… 민주당, 핵심 의사단체 빠져 입시생 "다음달 정시 원서 접수 이전까지 의대증원 규모 결정돼야" 의협·전공의·의대교수 협의체 참여 여부 '깜깜'

2024-11-04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의정갈등을 해소 목적을 가진 의정협의체가 오는 11일 본격 출범하는 가운데, 야당 및 핵심 의사단체가 불참해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주 14일 수능을 앞둔 내년도 입시생 및 학부모들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4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 더 시급한 민생은 없다”며 “이를 위해 11월 11일 여야 의정협의체를 출범한다”고 밝혔다. 아직 더불어민주당과 의사 단체들이 모두 합류하지 않았지만, 한동훈 대표는 “지금 날씨와 의료상황이 심각한 만큼 여당·의료계·정부만으로 우선 출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여당이 서둘러 협의체를 구성한 이유에 대해, 내년도 입시가 코앞인 현상황도 한몫 했다고 본다. 오는 14일 수능이 치러진 이후, 정시모집 원서 접수는 다음 달 31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진행된다. 수시모집 전형은 다음 달 12일까지며, 13일까지 합격자를 발표한다. 여야의정협의체는 의대증원 문제로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이탈하면서 빚어진 의료공백을 해소하겠단 취지로 추진되는 논의의 장이다. 다만 의료계를 설득하기 위해선 의대증원 문제를 논의할 수 밖에 없다. 의대에 맞춰 입시를 준비한 학생들은 증원 여부 논의 자체만으로도 혼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입시생과 학부모 입장에선 늦어도 원서 모집 전엔 의대증원 규모가 확실히 결정돼야 한다. 문제는 협의체가 아직 제대로된 구색을 못 갖춰서 이전처럼 지지부진한 대화만 오갈 수 있단 점이다. 참여 대상자는 여야 정당, 의료계 주요 단체다. 그러나 의정갈등 당사자인 핵심 의료 단체들과 야당 민주당이 참여하지 않았다. 현재 협의체에 참여하겠단 의사를 밝힌 의사 단체는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등 둘 뿐이다. 의료공백의 원인인 전공의들을 대변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협의체 참여에 거부 의사를 밝힌 실정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협의체를 통해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오히려 참여 의사를 밝힌 의료단체에 "정치인들에게 편승할 것이 아니라 제자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국내 유일 법정 의료단체인 의협은 임현택 회장 탄핵 문제로 내홍 중이라 협의체에 대해 이렇다할 의사를 밝히지 못하는 중이다. 불신임파는 임 회장이 막말과 실언으로 의사의 명예를 실추했고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이 진행되는 동안 의협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데에 불만을 제기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다음 달 10일 임현택 회장 불신임 건을 투표에 부치기로 확정했다. 다만 협회장의 경질 건도 결국 의대증원 반대 여론이 강해 벌어진 것이다. 따라서 협의체가 증원 철회를 전제하지 않는다면 의협 합류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를 설득할 가능성이 있는 의대교수 단체는 교육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와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 등은 교육부를 향해 “상위법인 고등교육법의 기본 취지인 교육의 질 유지에 반하는 시행령 개정안을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국민참여입법센터에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 입법예고를 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현재와 같이 학사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 의평원이 불인증 하기 전에 의대에 1년 이상의 보완 기간을 준다는 내용을 담았다. 의대교수 단체들은 해당 개정안에 대해 “평가전문기관인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을 무력화하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무모한 의대증원으로 인해 발생할 의학교육의 질적 저하를 무시한 채 정부의 잘못된 조치들을 땜질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안에 다른 의사 단체들도 반대 의사를 밝혀, 향후 협의체 합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의교협, 전의비는 물론 의협, 대한의학회, KAMC 등 의료계는 한 목소리로 위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당사자인 의평원 역시 기관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하는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특히 민주당이 협의체에 아직 합류하지 않을 것을 두고, 의료계는 그동안 정부-의료계 간 입장 차이만 재확인할 것이라 지적했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총선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눈치만 보며 대화나 하자는 속없는 이야기만 할 거라면, 결국 시간만 축내며 파국을 기다리는 윤석열 대통령과 다를 게 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