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내수 강화 수단 ‘리쇼어링’, 경기 부양 효과 적어

수출입은행, 4년간 리쇼어링에 6조171억원 투입…유턴기업은 절반 수준 산자부, 첨단산업 유턴 확대 위해 지원금 상향…국내 사업장 역차별 우려도

2024-11-04     오시내 기자
정일영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을 확대에도 실제 한국으로 돌아온 기업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쇼어링(Reshoring)은 해외로 이전했던 생산 시설이나 공장을 다시 자국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을 말한다. 주로 비용 절감이나 공급망 문제 해결을 위해 해외에 공장을 세운 기업들이 자국으로 복귀하는 경우다. 4일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이 한국 기업의 국내 복귀를 위해 최근 4년간 6조1710억원을 투자했지만, 지원받은 기업 162곳 중 84곳만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입은행은 리쇼어링을 위해 2021년 7546억원, 2022년 1조3115억원, 2023년 2조5085억원, 올해 9월 기준 1조5964억원을 투입했다. 금융지원을 받은 기업은 2021년 99곳, 2022년 39곳, 2023년 49곳, 올해 9월 기준 45곳으로 총 162곳이다. 반면, 한국으로 돌아온 기업은 2021년 25곳, 2022년 24곳, 2023년 22곳, 올해 8월 기준 13곳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 2013년부터 해외사업장을 정리하고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기업(U-turn)’을 늘리고자 다양한 정책을 시행해 왔으며, 현 정부 역시 ‘공급망 안정을 위한 유턴확대’를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해외로 떠났던 기업들이 자국으로 돌아오면서 발생할 국내 투자 확대와 고용 증진, 내수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정부 기대와 달리 실제 리쇼어링 기업은 글로벌 경쟁력이 약하고 상대적으로 영세한 기업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턴기업들에 대한 투자액 대비 고용 창출 효과 역시 비슷한 규모의 국내 사업장 기업들보다 오히려 낮다는 분석이다. 해외생산을 축소하고 국내로 돌아와야 한다는 기존 리쇼어링 지원 조건도 현실과 맞지 않다는 의견이다. 현장 의견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5월 첨단산업 등 유턴활성화를 위한 ‘유턴 지원전략 2.0’을 발표했다. 대내외 환경변화에 대응한 첨단산업 유치 중심 정책을 펼쳐 2028년까지 총 300개 기업을 불러들인다는 계획이다. 이중 70개 기업은 첨단·공급망핵심 기업으로 첨단산업에는 반도체, 이차전지 등이 포함된다. 그 일환으로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국내로 들여오는 자본리쇼어링을 통해 국내에 투자하는 경우에도 유턴투자로 인정한다. 해외사업장 구조조정 면제업종에 국가전략기술, 첨단전략기술, 미래자동차 부품·제품 등 전략업종을 추가한다. 해외사업장 구조조정 면제 기업이 보조금을 지원받은 경우 일정기간 해외투자를 제한하는 규정도 폐지한다. 자금 및 세제 지원도 확대한다. 지난 8월 산자부는 국가전략·첨단전략기술 분야 유턴기업에 대한 국비 지원 한도를 수도권 150억원, 비수도권 300억원에서 각각 200억원과 400억원으로 상향했다. 첨단산업 입지지원을 위해선 국가 첨단전략산업·소부장 특화단지를 보조금 지원우대지역에 포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턴기업에 대한 집중 지원이 국내에 사업장을 둔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기한다. 정성훈 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리쇼어링의 궁극적 목적은 국내 투자 확대와 경기 부양 등이다. 목적 달성을 위해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에만 집중 투자할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영업하는 기업들에게도 같은 수준의 혜택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면서 “리쇼어링 정책이 국내에서 영업하는 기업에 대한 역차별이 되지 않도록 생각의 전환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