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아니라 ‘헤리티지’…젠지에 다가가는 오래된 브랜드들
브랜드가 오랜 기간 만들어온 가치…신생은 따라잡을 수 없어 롯데리아∙가나초콜릿∙신영와코루∙하이트진로 등 20대 겨냥
2024-11-04 이선민 기자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오래된 이미지를 지우기 위한 리브랜딩을 단행하던 기업들이 레트로 유행에 헤리티지를 강조하고 있다.
4일 롯데GRS에 따르면 지난달 성수에서 운영한 팝업스토어 리아’s 버거 아트 뮤지엄은 15일만에 누적 체험객 2만명을 돌파했다. 소비자 접점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롯데리아의 헤리티지를 전달하는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헤리티지는 자연∙사회∙문화적으로 가치 있는 인류의 유산이라는 뜻이지만, 브랜드에 있어서 헤리티지는 한 브랜드가 오랜 기간동안 만들어낸 가치를 뜻한다. 브랜드 헤리티지는 오래 브랜드를 유지한다고 만들어지지는 않지만, 신생 브랜드나 후발주자로서는 가질 수 없는 부분이다. 결국 헤리티지 마케팅은 누구나 시도할 수 없어 역사 있는 브랜드들 만의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동시에 독이 되기도 한다. 오랜 기간 소비된 브랜드인만큼 소비자들에게 각인된 이미지가 뚜렷하고, 촌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기업에서 브랜드 이름을 바꾸거나 콘셉트를 바꾸는 등 리브랜딩을 통해 신뢰도는 유지하되 새로운 분위기를 불어넣어왔다. 특히 식∙음료, 뷰티∙패션 등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분야에서는 이미지 변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젠지 세대 사이에 경험한 적 없던 90년대, 2000년대 레트로 분위기가 인기를 끌면서 기업들이 이를 브랜드 헤리티지와 접목해 가치를 높이면서 젊은 세대와의 소통도 할 수 있는 팝업스토어, 이벤트 등을 시도하고 있다. 신영와코루는 창립 70주년을 기념해 강남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에서 신영방직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신영방직 팝업스토어는 신영와코루의 초기 방직 공장을 모티브로 장인의 클래식한 공방 콘셉트인 더 아뜰리에와 모던한 공장 콘셉트인 더 팩토리 등 2개의 공간으로 기획됐다. 팝업스토어에서는 신영와코루의 피팅 전문가가 직접 사이즈를 체크해주고, 나에게 맞는 언더웨어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진행한다. 피팅을 대기하는 공간은 레트로한 무드의 액자와 필름 영사기를 배치해 신영와코루의 예전 광고 이미지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피팅서비스는 큰 관심을 받으며 네이버 예약 오픈 후 모두 매진된 상태다. 롯데웰푸드는 가나 초콜릿 출시 50주년을 맞아 행복과 추억을 나누는 가나 행복사서함을 오픈했다. 요즘 세대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사서함 서비스는 지난 50년간 일상 속에서 가나 초콜릿과 함께하며 행복했던 소비자의 사연을 모집해 재구성한 ARS(자동 응답 시스템) 오디오북이다. 가나 행복사서함 번호 ‘070-4567-5050’으로 전화하면 짝사랑하던 선배에게 고백하는 순간, 위로가 필요한 누군가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순간 등에 존재한 가나 초콜릿의 50년간 이야기가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한다. 하이트진로는 소주 100주년을 맞아 1924년 진천양조상회에서부터 시작된 하이트진로의 오랜 역사와 헤리티지를 기념해 진로 주질에서 선보였던 진로의 최초 라벨을 적용한 소주 제품을 출시한다. 제품 패키지는 1924년 라벨을 유지하면서 진로 100주년 기념 한정판 문구와 1924, 2024를 표시해 100주년의 의미를 강조했다. 다만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원숭이를 두꺼비로 변경했다.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의 오랜 역사와 가치를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며 “젊은 세대들이 헤리티지를 가진 기업의 고품질 제품을 경험해볼 수 있도록 편안하게 다가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