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절친’ 김동관-정기선, 해외서 조선 ‘라이벌’ 경쟁

한화-HD현대, 해외 함정 비즈니스 경쟁 강화 필리핀 경제포럼, 주요 전시회 등 나란히 참석

2024-11-04     김명현 기자
김동관(왼쪽)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재계 '절친'으로 통하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해외 수주 경쟁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한화와 HD현대가 함정 등 특수선과 유지·정비(MRO) 시장에 적극 도전하면서 김 부회장과 정 부회장의 대결 구도에 관심이 모아진다. 해외 함정과 MRO 시장은 미국 발주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중국과의 저가 경쟁에서 자유롭다는 매력을 지닌다. 특히 함정 MRO는 지속적인 성능 업그레이드와 장기적인 매출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핵심 신사업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도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세계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577억6000만달러(80조원)로 관측된다. 오는 2029년에는 636억2000만달러(약 88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이중 미국 함정 MRO 규모만 연간 약 2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한화오션은 지난 8월 국내 조선사 최초로 미국 해군 함정 MRO 사업 수주에 성공하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김 부회장은 지난달 24일 한화오션 사업장을 찾은 미 해군 태평양함대 수뇌부와 만나 MRO 사업과 관련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된 미국 해상수송사령부(MSC) 함정의 MRO 사업에 대한 추가 협력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정 부회장도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미·일 경제대화에 참석해 "함정 사업은 우리가 잘한다"며 "HD현대도 조만간 MRO 사업에 참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미 HD현대중공업은 필리핀 해군의 함정 MRO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필리핀에 군수지원센터를 설립, 국내 함정 건조업체 최초로 해외 MRO 시장에 진출했다. 필리핀 함정의 MRO 실적을 바탕으로 미국을 비롯한 아시아, 남미 등 권역별 MRO 시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두 인사는 올해 9월 미국서 열린 '가스텍 2024'에 이어 지난달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도 나란히 참석하며 시선을 모았다. 특히 가스텍에서 전기추진 액화수소 운반선과 암모니아 추진선 신기술을 내놓으면서 선박·해운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와 HD현대는 내년부터 미 해군 MRO 수주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라며 "이뿐 아니라 선박의 탈(脫)탄소화를 중심으로 한 차세대 운반선 등 기술 경쟁이 한층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