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요리사는 요리만 잘하면 될까
2024-11-04 이선민 기자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유통가가 들썩였다.
오랜 기간 고물가와 저성장으로 침체돼 있던 유통가는 각종 컬래버 상품을 출시하고, 유명 셰프들을 초대해 집객력을 높이면서 편의점부터 간편식 기업까지 말 그대로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었다. 하지만 축제 같던 흑백요리사는 이들의 개인적인 논란으로 자꾸만 김이 새고 있다. 순박한 이미지와 뛰어난 요리 실력으로 인기를 끈 트리플스타(본명 강승원)가 시작이었다. 강 씨의 사생활 논란은 취업청탁 의혹까지 이어졌고, 이달에는 업무상 횡령으로 서울 강남경찰서가 내사에 착수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관련 사실을 전면 부인한 채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한식대가로 출연한 이영숙 나경버섯농가 대표는 지인에게 1억원을 빌려놓고 14년째 갚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2010년 4월 조모 씨로부터 1억원을 빌리며 차용증을 작성했으나 지금까지 돈을 갚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미 빌린 돈을 다 갚으며 악의적인 비방이라고 맞서고 있다. 비빔대왕 유비빔 씨도 불법 영업을 고백하고 나섰다. 유 씨는 자신의 SNS에서 돌연 과거 불법으로 가게를 운영하다 법적 조치를 받은 사실을 털어놨고, 유퀴즈에 출연했던 방송도 볼수 없게 됐다. 앞서 두 출연진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곤욕을 치르자 먼저 여러 차례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실을 공개한 것으로 추정된다. 흑백요리사의 인기에 다시 불이 붙었던 유통가는 셰프 선정에 심혈을 기울이게 됐다. 빠르게 타오른 인기인만큼 서둘러 파생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동시에 과거 행적으로 순식간에 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흑백요리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방송으로 일반인들이 유명해진 후 성추문, 폭행, 사기, 음주운전 등 범죄 이력이 알려지거나 사생활 논란이 따르는 것은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 누군가는 ‘요리사가 요리만 잘하면,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유비빔 씨의 반성문에서 주목할 만한 문장이 있다. “일반인이었던 제가 갑작스럽게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에서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는 대목이다. 일반인을 출연시키는 방송을 만들면서 제작진은 당사자 인터뷰, 범죄 이력 조회, SNS검토 등 다양한 과정으로 참가자를 선별하지만 수사기관이 아닌 만큼 출연자가 속이려 들면 속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출연자 스스로는 자신을 속이지 못한다. 방송에 출연해 유명세를 얻으면 이를 통해 일반인으로서는 얻기 힘든 돈과 인기를 쥐기도 한다. 반면 준연예인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사생활과 과거 행적이 낱낱이 공개되는 것이기도 하다. 별것 아닌 과거의 실수라고 생각하는 것도 상대가 벼르고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어쩌면 연예인, 유명인들에게 주어지는 잣대가 너무 가혹할 수도 있다. 정치인이나 공무원 등 공인과 비교하면 더 그렇기 때문에 억울함을 피력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학교폭력 관련 가해자가 매체에 얼굴을 비출 때 피해자들이 이를 폭로하면서 하는 이야기가 있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살아가든 관계없지만 방송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은 보고싶지 않다는 것이다. 수도승처럼 청렴 결백하게 살 수는 없다. 실수도 하고 잘못을 저지르기도 한다. 하지만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내 눈에는 피눈물이 난다는 것을 알고, 매체에 얼굴을 비추기 전에는 스스로 떳떳한 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