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출수수료 갈등 재점화…홈쇼핑 블랙아웃 공포 더 커질까

CJ온스타일, 내달부터 송출 중단 예고 매출 71%가 송출수수료로 빠져나가

2024-11-04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송출 수수료 문제를 놓고 홈쇼핑 업체와 유료방송사업자 간 갈등의 골이 갈수록 깊어지는 모습이다. 최근 CJ온스타일의 방송 중단 예고로 홈쇼핑 업체 ‘블랙 아웃’이 도미노처럼 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업황 부진을 털고 실적 방어에 성공했음에도 치솟는 송출수수료 변수에 발을 동동 구르는 실정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CJ온스타일은 지난 1일 홈페이지를 통해 딜라이브·아름방송·CCS충북방송과의 홈쇼핑 송출 공급 계약 종료로 내달 1일 0시부터 전 권역의 유료 방송 서비스에서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는 TV 시청률 하락으로 매출이 하락했음에도 송출 수수료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주요 TV홈쇼핑 7개 법인의 지난해 방송 매출액은 2조7290억원으로 전년(2조8998억원)보다 5.9% 축소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3조1462억원)과 비교하면 13.3%나 쪼그라든 수치다. 매출 악화와 겹쳐 지난해 영업이익도 3270억원으로 최근 5년 사이 최저치를 찍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급성장한 2020년 7443억원으로 정점에 도달한 뒤 2021년 6020억원, 2022년 5026억원으로 하강곡석을 그려가고 있다. 이에 홈쇼핑업계는 탈TV 기조를 바탕으로 한 채널 다변화 전략을 취해 돌파구를 찾는 분위기다. 이를 더해, 패션·뷰티 등 고마진 위주 상품을 내세워 지난 2분기 대체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롯데홈쇼핑은 영업이익이 163억원으로 전년 대비 711.2% 뛰었다. 동기간 매출은 2323억원으로 0.7% 증가했다. 동기간 CJ온스타일 영업이익은 275억원으로 전년 대비 47.1% 늘고 매출은 3719억원으로 7.6% 확대했다. 그럼에도 송출수수료는 천정부지로 올라 업계 고심을 키우고 있다. 송출수수료는 TV홈쇼핑사가 IPTV·케이블TV(SO)·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사업자로부터 채널 배정을 대가로 부담하는 일종의 ‘채널 자릿세’다. 지난해 TV홈쇼핑 7개 법인이 유료방송사업자에 낸 송출수수료는 1조9375억원으로 방송 매출액의 71%에 달한다. 방송을 통해 상품을 선보여 100만원을 벌면 71원을 수수료로 내야하는 현실이다. 이번 CJ온스타일의 송출 중단에 대해 케이블TV 업계는 반박에 나섰다. 케이블TV 업계는 “송출 수수료는 이미 인하했고 최근 3년을 보더라도 종합유선방송사(SO)의 TV홈쇼핑 송출 수수료 총액이 감소했다”며 “IPTV 측의 송출 수수료 인상을 마치 SO 때문인 것처럼 왜곡하는 것은 문제”라고 반박했다. 또한, 합리적인 송출 수수료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온스타일 주장에 대해 “협상에 성실히 임했으나 과도한 인하 요구로 진전되지 않았다”고 맞받아쳤다. 케이블TV등 유료방송사업자와 홈쇼핑 업계의 송출수수료를 둘러싼 대립은 하루 아침에 생긴 일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CJ온스타일은 LG헬로비전을 상대로 송출 중단한다고 발표하며 강수를 둔 바 있다. 롯데홈쇼핑은 딜라이브강남과, 현대홈쇼핑은 KT스카이라이프와 협상 마찰을 빚었다. 다만, 지난해는 방송 송출 중단 직전 막판 합의점을 도출했으나, 올해는 간극이 좁혀지지 않아 홈쇼핑 ‘블랙아웃’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료방송사업자 입장에서도 방송산업에 불확실성이 드리운 현실에서 송출수수료 인하에 쉽사리 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산업 실태 조사에 따르면, 유료방송방송자 매출 중 송출수수료 비중은 2021년 32.1%, 2022년 33.5% 등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초유의 블랙아웃 사태를 막고자 중재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양측 사업자와 접촉해 의견을 조율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출수수료 협상 충돌이 이어지자 지난해부터 대가검증협의체를 꾸리기도 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과기정통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홈쇼핑 산업경쟁력 강화 태스크포스(TF)를 지난 6월부터 운영하고 있다”며 “송출 수수료 문제를 심각히 고려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홈쇼핑 업황 부진으로 올해도 지난해처럼 대치 상황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지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만큼 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