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송곳심사' 벼르는 巨野···법정시한 내 처리 가능할까

민주, 정부 예산 대폭 칼질 예고···'이재명표 예산' 증액 전망 尹, 예산안 협조 위한 '시정연설'도 불참···野 반발심 커질 듯

2024-11-04     이태훈 기자
한덕수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정부가 4일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시한 내 처리를 국회에 '간곡히' 요청했지만, 이를 보는 거대 야당의 시선은 곱지 않다. 국회에 협조를 구해야 하는 상황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도 불참하면서 야당의 화를 돋웠다. 야당이 정부 제출 예산안에 대한 대대적 칼질을 예고하면서, 올해 예산안 처리도 법정시한을 넘길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독한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예산이 적기에 집행돼 국민께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법정시한 내 확정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들어 여소야대 국면이 지속되면서 예산안 처리가 법정시한인 12월 2일을 크게 넘기기 일쑤였는데, 이를 반복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예산안 처리는 극도로 늦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 임기 첫해인 2022년에는 12월 24일 예산안이 여야 합의 처리 되면서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장 지각 처리'라는 오명을 썼고, 지난해에도 법정시한을 크게 넘긴 12월 21일 예산안이 처리됐다. 지난해 여야 예산안 협상 당시 민주당은 '이재명표 예산'으로 불린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발행 지원 예산과 정부가 대규모 삭감한 연구개발(R&D) 예산 등을 복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정부안을 대폭 수정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면서 예산안 표류 사태는 장기화했다. 지난 2년 동안 여야의 예산안 합의가 쉽사리 이뤄지지 못하면서 사상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했다. 예산안이 법정시한 내 처리되기 위해선 원내 170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올해도 정부 예산안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시선은 냉담하다. 민주당은 정부 제출 예산안에 윤 대통령 부부가 관심을 기울여온 정책을 위한 예산이 과하게 편성됐다고 보고 있다.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 예산에 대해서도 감액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2025년 예산안 심사 방향'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와 대통령실 등 권력기관의 특수활동비와 특정업무 경비, 업무추진비 등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그 외 부처도 50% 이상 일괄 삭감하겠다"며 "권력의 심기보전용 예산이 있다면 그것도 과감하게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사랑상품권, 고교무상교육 등 민생 예산은 반드시 관철하겠다"며 "내년도 예산안을 정말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잘못된 사업은 과감하게 조정하고 국민에게 꼭 필요한 사업은 반드시 증액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예산안 처리와 관련해 야당의 협조를 구해야 할 윤 대통령이 11년 만에 시정연설을 총리에게 맡기면서 정부를 향한 민주당의 반발도 극에 달한 상황이다. 이같은 야당의 반발이 예산안 처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패싱에 대해 "당연히 해야 할 책임을 저버린 것"이라며 "'국정을 이렇게 운영하겠다'는 것을 입법 기관이자 예산 심사 권한을 가진 국회에 보고하고 협조를 구하는 게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매일일보>와 만나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의 내용을 떠나서, 여야가 극한 정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가 될 거라는 기대는 크지 않다"며 올해도 예산안이 '지각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