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국왕, 수해 현장 찾았다 욕설에 진흙 '봉변'…사망자 217명으로 늘어

스페인 남동부에 발생한 대홍수로 217명 이상 숨져

2024-11-05     이현민 기자
스페인

매일일보 = 이현민 기자  |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대홍수로 큰 피해를 본 현장을 방문했다. 그러나 분노한 수재민들에게 욕설과 함께 진흙 덩어리를 맞는 봉변을 당했다.

4일(현지시각) 로이터, AFP, EFE 통신 등에 따르면 펠리페 6세는 이번 수해로 최소 62명 사망자가 나온 발렌시아주 파이포르타를 레티시아 왕비, 산체스 총리, 카를로스 마손 발렌시아 주지사와 함께 방문했다. 이에 분노한 주민들은 피해 지역을 걷는 펠리페 6세와 산체스 총리 일행을 에워싸고 진흙과 오물을 집어 던졌다. 그러면서 펠리페 6세 일행을 향해 "살인자들", "수치", "꺼지라"고 욕설했다.  매체에 따르면 펠리페 6세는 다른 일행보다 더 오래 머물며 주민들을 위로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시간을 단축해 서둘러 방문을 종료했다. 파이포르타에 이어 찾으려 했던 다른 수해 지역 방문도 취소됐다. 이후 펠리페 6세는 소셜미디어 영상을 통해 "피해 주민들의 분노와 좌절을 이해해야 한다"며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온전하다는 희망과 보장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산체스 총리도 수해 주민들의 고뇌와 고통에 공감한다면서도 "모든 종류의 폭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국왕과 정부에 분노한 것은 이번 수해가 당국의 안이한 대응 탓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스페인에서는 쏟아진 기습 폭우로 최소 217명이 사망한 것으로 3일 집계됐다. 수십 명의 소재가 아직 파악되지 않았고 약 3천 가구가 여전히 단전을 겪고 있다. 스페인 기상청이 폭우 '적색경보'를 발령한 때부터 지역 주민에게 긴급 재난안전문자가 발송되기까지 10시간 넘게 걸렸다, 결국 당국의 미흡한 대응이 인명피해를 키웠고 이후 수색과 복구 작업도 느리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