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협의체, '野·전공의' 없이 개문발차? 의정갈등 장기화 우려 증폭

한동훈, 11일 野·전공의 불참 속 협의체 개문발차 시사 민주 "의료 핵심단체 빠진 협의체 가동 무의미...합류 불가" 의료계 "어설픈 협의체 가동, 의-정 불신만 부추길 것"

2025-11-05     정두현 기자
4일

매일일보 = 정두현 기자  |  국민의힘이 오는 11일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예고했다. 다만 전공의 등 의료계 핵심 단체들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불참한 상태에서 개문발차하게 될 공산이 커 보인다. 내년도 의대정원 확대 쟁점에서 끝내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보다 더 시급한 민생은 없다, 그러기 위해서 11월 11일 여야의정 협의체를 출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민주당이 불참하면 '여의정 협의체'로 개문발차도 불사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한 대표는 "모두 다같이 함께 시작하면 더 좋겠지만 지금처럼 민주당이 참여해 처음과 달리 전제조건을 강조하면서 계속 불참 입장을 고수한다면, 지금 날씨 상황, 의료 상황이 심각한 만큼 여의정만이라도 우선 출발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입장이 단기간에 바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겨울이 오는 상황에서 국민의 상황과 건강을 생각할 때 더 이상 출발을 미루는 것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실제 여야는 현재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극한대치를 이어가는 형국이다. 지난 4일 한덕수 국무총리의 시정연설 대독과 함께 개시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 국회 심사도 여야 충돌이 심화할 것으로 보이는 지점이다. 이렇다 보니 야당으로선 여당이 주도하는 협의체에 참여할 의사가 희박하다는 게 중평이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매일일보>에 "전공의 단체 등 의정갈등 핵심 주체가 빠진 상태에서 우리 당이 참여해봐야 근본 해결책이 도출될 수 있겠나"라며 "전공의들이 참여한다면 여야의정 협의체 퍼즐이 완성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불참한다는 게 당 방침"이라고 못 박았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미세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정부가 의대 확대 방침에 반대해 수업을 거부했던 의대생들에 대해 '조건 없는 휴학'을 승인하면서 한국의대·의전원 협회와 대한의학회가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들 단체는 의대생 휴학 인정을 매개로 한 대표와 지난 주말 만나 협의체 출범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전히 정부 방침을 수용하기 어렵지만 일단 정치권과 대화에 임해 내년도 의대정원 확대에 목소리를 낸다는 게 이들의 방침이다.  다만 여당이 지난 9월 협의체 참여 공문을 발송한 15개 의료단체 중 2개 단체만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어 의정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은 다분하다. 의정갈등 핵심 주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은 여전히 내년도 의대정원 확대 철회가 관철되지 않으면 협의체 참여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의협의 경우 오는 10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여부가 변수로 지목된다. 비대위 체제로 가게 되면 의협의 의사결정권도 전면 재편되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여당발 협의체는 강행될 예정이다. 정부 측에선 교육부와 복지부가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현재 여당 지도부와 긴밀히 소통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의료계 핵심 이해당사자와 야당이라는 핵심 퍼즐이 빠진 상태에서 협의체가 개문발차하더라도 실질적 가동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라는 게 중평이다. 자칫 겉핥기식 협의체 가동으로 의정 불신만 부추기는 형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본지에 "쟁점(의대정원 확대 정부안) 이해당사자에 해당하는 의료단체들이 빠진 상태에서 협의체를 띄워봤자 논의나 협의가 이뤄질리 만무하다"며 "반쪽 협의체 발족은 정부에 대한 불신만 부추기는 역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