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생수의 벽…1인 가구 타깃 정수기 판매 난관

시장 규모 대비 진출 업체 수 많아 포화 상태 생수 능가할 마케팅 없이 구매심리 확보 불가

2024-11-05     신승엽 기자
정수기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정수기 제조업체가 1인 가구 공략에 집중하지만, 생수 시장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수기 시장이 포화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주요 타깃층을 상대로는 보급률이 50%를 상회하고 있는 반면, 1인 가구 공략에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1인 가구의 생수 수요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1인 가구의 비중이 계속해서 늘고 있어 정수기 수요 위축까지 우려되고 있다.  국내 정수기 시장은 ‘레드오션(포화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시장 규모 대비 진출 업체가 많다는 의미다. 정수기 시장은 3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코웨이와 청호나이스 등 중견기업을 주축으로 형성됐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도 해당 시장에 진출하는 추세다. 이외에 가전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들도 정수기를 다루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장 위축을 예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수기 시장은 현재 제품 고도화를 기반으로 시장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규모가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 시장의 주류가 1인 가구로 변화하고 있어 시장 위축 가능성이 커지는 중”이라고 전망했다.  정수기는 2인 이상 가정을 주요 타깃으로 판매된다. 1인 가구는 그간 핵심 수요층에서 제외됐다. 1인 가구는 끓인 물과 주전자형 정수기, 생수 등으로 식수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주방 공간에 정수기를 배치할 공간도 부족해 사실상 정수기를 사용할 여건이 아니었다.  실제 조사에서도 생수의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일반인 2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59.5%가 생수를, 24.2%는 정수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1인 가구에서 생수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로 ‘편의성’과 ‘안전성’을 언급했다. 1인 가구의 비중도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기준 지난해 국내 1인 가구는 782만9000명으로 전년(750만2000명)보다 4.4% 늘었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5%나 된다. 2036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0% 이상일 것이라고 예상된다. 소비 시장의 핵심이 1인 가구로 이동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수기 제조 및 판매업체도 이러한 현상을 관측한 이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1인 가구를 공략하기 위한 무전원 제품과 자가교체형 필터를 탑재한 정수기 등을 출시한 바 있다. 1인 가구가 중요하게 여기는 편의성과 공간활용성을 제고하기 위한 대책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생수 시장에서의 부정적인 이슈가 없는 한 생수의 비중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자체적인 마케팅으로는 1인 가구의 지갑을 열기 어렵다는 뜻이다. 정수기를 사용하는 비용이 생수보다 가격이 낮다는 형식의 조사가 나와도, 1인 가구의 니즈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내 주요 업체들의 마케팅 역량은 충분하지만, 아직 1인 가구의 수요를 이끌어낼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이끌어낼 방안 없이는 생수 선호 현상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