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초박빙 속 K-산업, 파장 ‘예의주시’
산업계, 美대선 당선 시나리오별 전략 마련 고심 ‘트럼프 2기’ 우려 커…보조금 대신 ‘고관세’ 강조 기업 투자 불확실성…반도체‧차·배터리 영향 클듯
2024-11-05 김명현 기자
매일일보 = 김명현 기자 | 미국 대선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대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산업계가 이번 대선 결과에 따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 마련에 고심하며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정책 기조가 서로 다른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가 출범할 경우 현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경책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트럼프 재집권 시 '보편적 관세' 등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경제 정책이 가동될 전망으로, 기업 환경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트럼프가 더 강해져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앞서 트럼프 1기 당시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대해 중국뿐만 아니라 동맹국을 포함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했고, 반덤핑·상계관세 등 수입 규제 신규 조사가 급증한 바 있다. '해리스 1기'가 출범하면 기존 정책이 상당 부분 유지되면서 상대적으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해리스 후보는 현 정부의 인플레감축법(IRA)과 칩스법을 유지하거나 강화할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해리스는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토대로 글로벌 분업구조 재편을 도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트럼프 2기에선 보다 강력한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에 대한 지원을 축소하거나 투자 요구조건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트럼프 당선 시 IRA와 칩스법 등을 중심으로 리스크가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내 생산시설을 건립할 경우 보조금을 주는 법을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미 투자를 유인했던 보조금 대신 '고관세'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그의 발언도 우려를 키운 요소다. 다만 한국경제인협회는 "IRA 보조금의 완전한 철폐는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 다수당을 차지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로 의회 선거 결과도 함께 지켜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정부의 투자 유치 전략으로 미국행을 택한 국내 반도체·전기차·배터리 업체들은 가슴을 졸이는 형국이다. 기존 투자 전략을 전면 재검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거액의 보조금을 받고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산업연구원도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집권 시 칩스법 보조금 및 세액공제 혜택 축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현재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이 회사는 투자 규모를 늘려 2030년까지 총 45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는 데 38억700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에 미 정부는 삼성전자에 보조금 64억달러, SK하이닉스에 최대 4억5000만달러의 연방 보조금 지급을 약속한 바 있다. 현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배터리 업체들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2기의 전기차 축소 정책으로 배터리 생산 세액공제가 축소되고 전방 산업인 전기차 판매 보조금이 줄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 대미 수출이 특히 활발한 자동차업계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관세 인상 압박에 노출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응책을 살피고 있다. 철강업계도 트럼프 재집권 시 관세 인상과 국가별 수입 쿼터 축소 등 무역 장벽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석유 등 전통 에너지 산업에, 해리스 부통령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 태양광 업종인 한화솔루션 등이 대선 결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력 수출 산업으로 떠오른 방위산업은 대선 결과에 따른 환경 변화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해리스 당선 시 현상 유지를 통해 성장을 도모하고, 한·미 방위비 재협상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 트럼프 재집권 시 방산비를 증액하고 한국산 방산 제품을 선호하게 되면 국내 업계는 미군을 포함한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날 오전 0시(현지시간)부터 미국 제47대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본투표가 미국 전역서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막판까지 대선 판세가 요동치며 박빙의 승부가 예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