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피자헛, 법원에 회생절차…자산·채권 동결

점주들과 소송 벌이다 210억 배상 판결 받아

2024-11-05     이선민 기자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가맹점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해 수백억원을 배상하게 된 한국피자헛이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은 전날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피자헛은 회생 절차와 함께 ARS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ARS 프로그램은 이해 관계인을 구성원으로 하는 채권자협의회를 꾸려 변제 방안 등을 협의하도록 법원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회생법원 회생12부(오병희 부장판사)는 이날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보전 처분은 신청 회사가 자산을 처분해 특정 채권자에게만 변제하지 못하게 하는 조처다. 또한 포괄적 금지 명령은 채권자들이 기업회생 개시 전에 강제집행·가압류·경매 등으로 회사의 주요 자산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채권을 동결하는 처분이다. 이는 특정 채권자가 우선 변제 받는 것을 막는 동시에 회생 계획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다. ARS에 따라 피자헛은 한 달의 시간을 두고 채권단과 자율 협상을 진행하게 됐다. 채권단 100%의 동의를 얻으면 피자헛이 신청한 회생 절차는 종료된다. 합의가 불발되면 법원의 중재하에 회생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피자헛은 최근 가맹점주들과의 손해배상 소송 2심에서 패소하면서 채무 상환을 일정 기간 유예받고, 법원의 지휘를 받아 기업을 살리는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전했다. 앞서 한국피자헛 가맹점주 90여 명은 지난 2020년 본사가 점주들과 합의하지 않고 원부자재에 마진을 붙여 판 것이 부당이득이라며, 이를 돌려달라는 취지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모두 점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당초 1심에선 부당이익금 대상으로 지목된 차액가맹금 약 75억원을 반환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나, 2심에서 반환금이 세 배가량 증가한 210억원이 되면서 한국피자헛의 부담은 더 커졌다. 하지만 피자헛은 지난해 기준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어 점주들에게 돌려줄 돈이 없는 상황이다. 만약 점주들이 부당 이득 차액을 강제 집행할 경우 영업이 중단될 수 있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한국피자헛은 가맹점주들과 강제집행 문제를 원만히 합의하고자 ARS 프로그램을 신청했다”면서 “대법원 판결이 있을 때까지 점주들과 절차 합의를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피자헛은 “일부 소송 참여 점주가 지난달 4일부터 가맹본부의 은행 계좌에 압류 및 추심 조치를 진행해 종업원 급여 지급과 협력업체 납품 대금 지급, 주요 원재료 공급 등 운영에 일시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이번 회생 절차 개시 신청은 계좌 동결을 해제해 회사 현금 흐름을 정상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국의 피자헛 매장은 정상 영업 중이며, 소비자는 평소와 다름없이 피자헛을 이용할 수 있다”며 “가맹본부는 가맹점주와 소비자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