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철강, '넥스트 차이나' 인도서 승부수 띄운다
인도 철강 시장, 연평균 7% ↑…철강 수요 2030년 1억9000만톤
포스코, 일관제철소 건설 추진…2005년, 2022년 이어 3번째 도전
현대제철, 푸네 스틸서비스센터 착공…내년 3분기 본격 가동 계획
2024-11-05 서영준 기자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국내 철강업계가 고속 성장하는 인도 시장을 공략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과 현대제철 등 국내 대표 철강사들은 인도에 신규 생산시설 건설에 나서며 새로운 해법을 찾고 있다. 먼저 장인화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직접 인도를 찾아 현지 1위 철강사인 JSW그룹과 합작 제철소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포스코는 그동안 해외 사업장 중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중국에만 용광로 및 전기로를 뒀는데, 인도에 처음으로 쇳물을 녹여 중간재를 만드는 일관제철소를 설치하는 것이다. 자동차용 강판 등을 연 500만톤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투자비 10조원 중 포스코에서 5조원 정도 부담한다.
포스코의 인도 일관제철소 건설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포스코는 2005년에도 오디샤 주에 일관제철소를 지으려다 주민 반대와 환경 파괴 논란, 오디샤주가 포스코에 제공하기로 한 전용 광산에 대한 소송 등으로 물거품이 됐다. 2022년에는 인도 최대 에너지 기업인 아다니(Adani)그룹과 친환경 일관제철소 합작을 위한 포괄적 협력 MOU를 맺으며 일관제철소 건설을 재추진했지만 아다니그룹의 사정으로 계획이 무산됐다.
포스코는 거듭된 실패에도 지난 2년간 JSW그룹과 돈독한 관계를 이어왔고 현지 주민 달래기에 공을 들인 끝에 이번 MOU 체결에 성공했다. 다만 제철소 건설 삽을 뜨기 전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도는 해외 기업 무덤으로 불릴 정도로 굉장히 배타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인도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약 11000개의 해외 기업이 인도에 진출했지만 2793개 기업이 짐을 싸고 떠났다. 포스코는 향후 환경영향평가, 인허가 등을 꼼꼼히 관리해 제철소 건설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다.
현대제철도 인도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현대제철에서는 올 3분기 인도 푸네에서 연간 23만톤 생산 규모의 푸네 스틸서비스센터(SSC)를 착공했다. 내년 4∼6월에 설비 설치 및 시험 생산에 들어간 뒤 같은해 3분기부터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여기서 생산한 강판을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푸네 완성차 공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처럼 국내 철강사들이 앞다퉈 인도 시장에 진입하려는 이유는 인도가 '넥스트 차이나'로 불리며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계 인구 1위(14억5093만명)의 거대한 시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평균 연령 28세로 성장 잠재력도 충분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인도의 경제 규모가 2026년 일본, 2028년 독일을 누르고 국내총생산(GDP) 세계 3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기준 도시화율이 36.4%로 세계 평균(57.3%) 대비 낮아 향후 인프라 사업이 대대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 전문 분석 기관 WSD에 따르면 인도 철강 수요는 연평균 7%씩 증가해 2030년 1억9000만톤에 이를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