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너도나도 뷰티 사업 뛰어드는 유통街, 이유는

2025-11-05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뷰티 사업에 대한 유통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이커머스, 주류, 패션, 편의점 등 내 다양한 업종에서 너도나도 뷰티 시장에 뛰어들고 역량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초부터 럭셔리 뷰티 버티컬 서비스 ‘알럭스’를 운영하고 있다. 기존의 로켓럭셔리를 확대 개편한 것으로 엄선한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직매입하고 소비자에게 빠른배송을 제공하는 방식을 꾀했다. 하이트진로그룹 주류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했다. 계열사인 서영이앤티는 화장품 제조사인 비앤비코리아를 최근 인수했다. 비앤비코리아는 가수 이효리가 모델로 활동하는 비건 뷰티 브랜드 달바 등을 고객사로 둔 제조사다. 신세계그룹의 주류 자회사 신세계L&B ‘와인앤모어’는 화장품 ODM·OEM(주문자 개발·생산) 전문기업 유씨엘과 손잡고 뷰티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와인앤모어 뷰티 상표권을 출원한 신세계L&B가 내세우는 뷰티 제품은 와인과의 연관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뷰티 사업 확대에 나서는 것은 한류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국내 뷰티 제품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K-팝, K-무비, K-드라마 등에서 등장하는 한국식 화장법은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국내 화장품 제조사들이 가격 경쟁력, 고품질, 안전성 등을 갖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점도 인기를 지탱하는 요소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은 48억2000만달러(한화 약 6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 늘었다. 이는 기존 최대치인 2021년 상반기(46억3000만달러) 수치를 3년 만에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상반기보다 하반기 수출액이 더 많았던 점 등을 감안해보면 올해 연간 수출액은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돌파할 가능성도 있다. 화장품 회사들이 해외 공장에서 직접 제조해 판매하는 물량까지 고려하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는 한국 화장품 규모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다른 진출 배경으로는 마진율이 높고 식품이나 옷과 달리 보관·배송 등이 수월하다는 점도 있지만, 내수경기 침체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와 관련이 깊어 보인다. 통상적인 유통업계 성수기인 4분기에도 고물가, 고금리 등 여파에 소비심리 회복이 더딘 상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00개 소매유통업체를 대상으로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 전망지수(R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는 80으로 조사됐다. RBSI가 100미만이면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기업이 많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런만큼, 앞으로도 업태를 뛰어넘어 뷰티 사업에 적극 투신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제각각 무기를 내세워 또다른 성장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