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법 정무위 통과…‘통합 산은’ 연내 출범하나
중기 지원 위축·美통상압박 우려도
2015-05-01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가 예상을 깨고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킴에 따라 ‘통합 산업은행’의 연내 출범 가능성이 높아졌다.1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30일 오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산업은행법 개정안, 신용정보의 이용·보호법 개정안,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당초 국회 정무위가 다른 법안과의 ‘일괄 타결’ 방침을 정하면서 산업은행법 개정안 등 특별한 쟁점이 없는 법안도 4월 임시국회 내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으나 정무위원들이 비판 여론을 감안해 여야간 이견이 없는 개정안은 처리하기로 합의하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산업은행법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도 무난히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산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통합 작업에는 6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정부로 넘어가 필요한 절차를 거친 뒤 대통령 인가를 거쳐 공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출범은 다소 어려울 수 있다.정책금융공사 노동조합 등을 중심으로 통합에 반대하는 의견도 여전해 실제 통합까지는 갈길이 멀다는 지적도 있다.실제 정금공 노조는 통합산은의 정책금융 기능은 FTA 체제하에서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노조는 “국회가 아무리 산은의 민영화 방지법을 제정하더라도 국가간의 조약인 FTA는 국내법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공사가 덤으로 더해진 통합산은은 국제법 원리에 의해 민영화의 수순을 밟거나 적어도 역진방지조항에 의해 정책금융 기능이 현저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정금공 노조는 29일 성명서를 내고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미국 의회에 제출한 ‘2014년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은 산은의 산업보조금 정책을 허물어야 할 무역장벽의 하나로 언급하고 있다”면서 향후 미국은 TPP 등 다자간 무역협정시 산은 민영화 미이행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한국 정부를 압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실제 미 USTR의 무역장벽보고서는 “지난해 말 여당이 입안한 통합산은법은 당초 산은의 민영화 계획을 뒤집는 것으로 미국 정부는 민영화 계획을 포함한 산은 등의 대출정책에 대해 지속적으로 감시해 나갈 것이다”고 언급한 바 있다.노조는 또 정금공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한국전력과 도로공사 등 공기업 지분 20조원 어치가 통합산은으로 넘어갈 예정인데 통합산은이 최소한의 기업공개(IPO)라도 하게 된다면 국가 기간산업의 민영화 수순을 밟게 되는 것과 다름없다고 보고 있다.중소·중견기업 지원 위축도 우려되고 있다.정금공 노조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최근 현대·동부·한진그룹 등 대기업의 경영정상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처럼 통합 산업은행 또한 대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