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소득 양극화 재심화 논란
KDI “중산층 감소 우려”...통계와 현실 괴리 커
2015-05-01 배나은 기자
[매일일보 배나은 기자] 한국의 소득 양극화가 다시 심해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1일 통계청과 통계개발원이 낸 ‘중산층 측정 및 추이분석’ 연구보고서를 보면, 통계청이 새로 분석한 중산층 측정지표인 ‘울프슨 지수’가 2011년 0.254에서 2012년 0.256으로 상승했다.울프슨지수는 중위소득으로부터 소득의 분산 정도가 클수록(양극화될수록) 중산층의 규모가 감소한다는 설정을 통해 중산층의 몰락 정도를 표시한 지수다.수치가 0에 가까우면 중산층이 늘어나고 1에 가까우면 몰락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통계청의 집계 결과 가계동향조사의 전체가구(표본수 8700가구+농가 2800가구)를 토대로 산출한 울프슨지수는 2006년 0.258에서 2007년 0.265로 뛰어오른 뒤 2008년 0.264, 2009년 0.265 등으로 보합세를 보였다.2010년(0.258), 2011년(0.254) 연속으로 개선됐으나 2012년 들어 다시 악화한 모습이다.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울프슨지수가 올랐다는 것은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비중이 늘고 중산층은 감소했다는 의미이므로 양극화가 진행됐음을 의미한다”면서 “다만, 2012년 한 해만 보지 말고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그러나 통계청은 불평등이 심해지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통계청은 중위소득계층의 인구비율이 늘어나면 울프슨 지수도 감소해야 하는데, 2012년에는 두 지표가 반대로 움직였다면서 그 원인까지는 아직 깊이 있게 분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통계청이 공식 발표하는 중산층 규모는 늘고 있다.전체 가구에서 ‘중위소득(전체가구를 소득 순으로 줄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가구의 소득)의 50~150%를 버는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63.1%에서 2011년 64.0%, 2012년 65.0%로 높아졌다. 100명 중 65명은 중산층에 해당한다는 얘기다.그러나 이를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8월 전국 1015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 설문을 한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는 중산층인 응답자(628명)의 54.9%(345명)가 자신이 저소득층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공식 통계와 현실의 괴리를 보여주는 대목이다.지난해 통계청이 개발한 분배지표인 ‘신(新) 지니계수’도 우리 사회의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니계수는 0에서 1의 값을 지니며, 값이 적을수록 평등한 사회다.통계청이 공식 지니계수(가계동향조사 기준)라고 인정하는 수치는 2012년 0.307이다. 이 기준대로라면 OECD 34개 회원국 중 18위로 소득 불평등은 중간 수준이다.그러나 새로 개발한 지니계수(가계금융복지조사 기준)는 2012년 0.353이다. OECD 회원국 가운데 6위이며 OECD 평균치(2010년 0.314)를 훌쩍 넘는다.통계 전문가들은 통계청이 지니계수를 두 종류로 발표하는 것 자체가 국민의 혼란을 키운다고 우려한다.가계금융복지조사 기반의 새 지니계수가 고소득층 소득파악률이 높고 표본 수가 더 많다는 점 등에서 기존 방식보다 낫다는 것이다.한 전문가는 “통계청은 가계동향 기반의 지니계수가 공식 수치라고 주장하지만, 이 것을 쓰면 한국의 소득분배 수준이 OECD 중간이므로 소득분배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우려했다.그는 “반면, 새 지니계수로 보면 불평등 수준이 OECD 상위권이므로 고소득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등 전혀 다른 정책이 처방된다”면서 “어떤 통계를 쓰느냐에 따라 정책 방향이 바뀌는 만큼 정부가 중산층 관련 통계를 정확하게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