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에 업계 "실효성 의문"
규제 부처 일원화로 기초연구, 임상, 상용화 가치사슬 연결 국무총리 직속 바이오혁신위 지난해 말 설립… 출범 초라 활약 미미 대기업 위주 바이오 산업에 직접 혜택 부족
2024-11-06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대통령이 직접 주관하는 국가바이오위원회가 오는 12월 공식 출범을 앞둔 가운데, 업계 안팎에선 실효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내달 출범하는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부위원장에는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총장이 내정됐다. 민간 위원으로는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 RNA(리보핵산) 연구단장,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등 20여명의 전문가가 참여할 예정이다. 정부 위원으로는 관계 부처 장관 등이 포함된다. 또한, 대통령실의 첨단바이오비서관이 지원단장을 맡아 위원회의 활동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난 3일 박상욱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은 "올해 4월 첨단 바이오이니셔티브를 발표하고 관련 거버넌스를 신속히 정비해 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산·학·연과 병원을 망라한 권위자들이 민간위원으로 위촉될 예정이며 위원회 전체 명단은 내달 첫 회의에서 발표된다. 위원회의 주요 목적은 기초연구부터 임상, 상용화에 이르는 가치사슬 전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데 있다. 그동안 바이오 분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각각 정책과 연구개발(R&D)을 다뤄서 분절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통령 주도로 규제기관을 일원화해 혁신 바이오 기술이 정체되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정부가 바이오산업에 유독 ‘특혜’를 주는데는, 관련 사업이 최근 해외로부터 큰 각광을 받으면서, 한국경제에 이바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분기 기준 상장 바이오헬스케어기업 전체 매출액은 8조1575억7700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5% 증가했다. 상반기 전체 매출액은 15조4589억300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13% 성장했다. 조사대상은 KRX 바이오헬스케어관련 선별된 6개 지수에 해당하는 기업 91개로, 의약품 기업은 56개, 의료기기 기업은 35개다. 바이오가 효자 품목으로 거듭난 만큼,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통해 해당 업계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업계에선 관련 지원의 실질 효과는 체감하기 어렵단 입장이다. 현재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한 제약바이오혁신위도 지난해 말 겨우 설립된 상태다. 아직 출범 초기 단계라 별다른 실적이 없는 만큼, 대통령 직속 위원회에서 얼마나 큰 효율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사실 바이오 업계에 대한 특별 지원은 윤석열 정부 초기부터 지속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7월 '2023년 세법개정안'을 발표, 바이오의약품 관련 8개 기술과 4개 시설을 국가전략기술·사업화시설에 포함했다. 바이오의약품 분야에 대해 연구개발·시설 투자에 나설 경우, 중소기업은 40~50%, 중견기업과 대기업은 30~40%까지 공제가 가능하다. 또 바이오 기업의 사업용 설비와 시설 등(토지, 건물 등 제외)에 대한 투자금액의 일정 비율을 세액공제 받을 수 있다. 또 올해 초엔 조세특례제한법상 ‘신성장·원천기술’에 ‘혁신형 신약·개량신약의 원료 개발 및 제조기술’을 추가했다. 이에 따라 관련 분야 R&D 비용은 2~25%에서 20~30%로, 시설투자는 1~10%에서 3~12%로 확대돼 올해 1월 1일 지출분부터 적용됐다. 지난 4월에는 제6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를 열어 '첨단바이오 이니셔티브'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기존 혁신기반기술과 고품질 데이터를 결합해 디지털바이오를 육성하고 바이오 기반 소재·제조 산업을 육성하겠단 내용이 담겼다. 다만 국내 주력 바이오 산업은 대기업이 위주인데, 이들에겐 직접적인 혜택이 부족하단 점이 문제다. 실제 2분기 기준 바이오헬스케어기업 의약품 분야 매출액은 대기업이 2조4679억7000만원, 중견기업이 4조1667억6200만원, 중소기업은 3296억6200만원이다. 위원회가 추진하는 ‘기초연구, 임상, 상용화’ 지원은 대기업 바이오의 주력 산업 CDMO에겐 큰 이득이 없다. 연구 중심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에겐 유리하겠지만, 정권이 바뀔 경우 지원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오히려 기업 규모에 따라 차별을 둔 세제 혜택 범위를 일원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지적한다. 현 바이오 산업에 경제적 가치 창출을 기대한다면, 토지 및 건축물 세액공제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단 의견이 나온다. 최근 라이벌인 중국 바이오업계가 크게 위축되며 한국 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사회의 주목을 받는 중이다. 현재의 바이오 산업은 고품질 의약품을 얼마나 대량생산 가능한지 여부가 중요하다. 일본과 인도 소재 기업은 자국 정부 지원을 받아 설비 확장에 나서 중국의 빈자리를 노리는 만큼, 국내서도 토지 및 건축물 세액공제는 가장 큰 관심사다.항암제 개발 스타트업 관계자는 “연구소 단위 바이오에겐 유리한 내용이 있으나, 대통령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단게 문제다. 제약바이오 연구 특성상, 2~3년 안에 성과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해당 위원회의 지원이 정권이 바뀌어도 유지될 수 있다는 보장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