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조문 연출’…해명이 의혹 더 키운다
靑 “현장 섭외”·할머니 아들 “대통령인지 몰랐고 출입통제 없었다” 주장
대통령 동선·출입자 사전 통제하는 의전경호 시스템에 대한 상식 벗어나
2015-05-01 김경탁 기자
[매일일보 김경탁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달 29일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 조문 당시 유족처럼 보이는 할머니를 위로하는 모습이 연출된 장면이라는 이른바 ‘조문 연출’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여러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CBS 노컷뉴스’는 30일 "‘조문 연출’ 논란 할머니, 청와대가 섭외"라는 기사에서 “의혹의 중심인 할머니가 실제로 청와대 측이 섭외한 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이날 정부 핵심관계자의 전언을 보도했다.이 핵심관계자는 “미리 계획했던 건 아니지만, 청와대 측이 당일 합동분향소에서 눈에 띈 해당 노인에게 ‘대통령이 조문할 때 대통령 가까이서 뒤를 따르라’고 부탁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하면서 “해당 노인이 유족인지 아닌지, 확인은 안 했다”고 밝혔다고 한다.문제의 ‘위로’ 상황에 등장하는 할머니의 정체를 놓고 네티즌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할머니의 아들이라는 사람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의혹에 대해 해명한 내용도 온라인에서 논란이다.해당 할머니의 아들이라는 김모씨는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어머니가 박 대통령이 촬영을 위해 대동한 사람이라는 일부의 억측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며, “어머니는 앞에서 분향하고 있는 사람이 대통령인 줄은 몰랐다고 한다”고 주장했다.김씨는 “(어머니는)앞에 있는 조문객을 따라 걸었는데 갑자기 박 대통령이 뒤를 돌아봤다고 한다. 그리고는 악수를 청했다고 한다”며 “어머니 말씀으로는 박 대통령이 분향하기 전에 왜 뒤를 돌아봤는지는 모르겠고, 악수를 청해 와서 악수를 하고는 서로 조문객인 입장에서 애틋한 마음이 들어서 살짝 포옹을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유가족이 아닌 일반인은 입장이 허용된 시각이 오전 10시부터였는데 해당 할머니 입장시각이 박 대통령과 비슷한 오전 8시 50분 경이었던 것에 대해서 김 씨는 “어머니께서 입장할 당시 어느 누구도 출입을 통제하거나 신분을 물어보는 사람은 없었다고 하셨다”고 말했다.‘일요신문’이 보도한 김씨의 해명은 ‘노컷뉴스’가 보도한 정부 핵심관계자의 ‘현장섭외’ 해명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대통령 경호방식을 한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쉽게 고개를 끄덕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대통령 행차시 청와대 경호실에서는 최소 몇시간 전에 해당 장소를 완전히 통제하고 출입인원과 위험요인이 없는지 체크하기 때문이다.그 때문에 세월호 침몰 이튿날인 17일 박 대통령이 진도실내체육관을 찾아가 실종자 가족들을 만난 것이 1분1초가 아쉬운 초기 구조수색을 최소 3시간이나 지연시켰다는 비판이 나온 것도 청와대 경호실의 당연한 동선체크가 원인이다.이와 관련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은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 의전경호 담당자들이 보면 현장에서 섭외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정부 핵심 관계자의 ‘현장섭외’ 해명에 대해 반박했다.이번 연출 의혹에 대해 “SNS를 우습게 본 것”이라고 꼬집은 김창호 전 처장은 “정부운영을 쇼로 생각하는 한 문제해결은 어렵다”며, “다원적 사회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일시적 인기로 대통령되려는 분들은 이번처럼 큰 죄악을 저지르게 된다”고 질타했다.한편 박 대통령이 합동분향소에서 조문하는 동영상을 보면 해당 할머니는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건장한 남성에게 이끌려 걸어가다가 방송사 카메라가 있는 앞에서 박 대통령과 만나 위로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