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선회 민주, 상법 개정 '드라이브'···"지배주주 지배권 남용 막아야"

'금투세 폐지' 비판 달래기···이사에 '주주 충실 의무' 부여 핵심 정부·여당 반대 기류···李 "공정한 경영이익 분배 왜 반대하나"

2025-11-06     이태훈 기자
이재명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정부·여당이 주장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참하며 "원칙을 저버렸다"는 범진보 및 야권 내 비판에 직면한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 추진을 통해 '달래기'에 나선다. 현행 상법은 이사의 회사에 대한 충실 의무만 규정했을 뿐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는 없는데, 이를 손봐 소액주주를 보호하고 주식시장 '벨류업'을 이끌겠다는 의도다. 다만 정부·여당과 경영계는 '소송 남발'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반대하고 있어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본시장의 생명은 공정성인데, 누군가 부정거래를 하면 대다수 참여자들은 손해를 보게 될 뿐만 아니라 투자를 기피하게 된다"며 "물적 분할 등을 통해 알맹이를 빼먹는 부당거래가 현행 법률상 허용되기 때문에 이런 행위를 할 수 없도록 이번 정기국회 안에 반드시 상법을 개정해서 지배주주의 지배권 남용을 막고, 주식시장이 정상화되는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행위로 일반주주가 피해를 보는 게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현행 상법은 '이사는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만 명시했을 뿐,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이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나머지 주주의 이익을 희생시켜도 회사만 손해가 없다면 법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처럼 상법 개정에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는 최근 이 대표가 금투세 폐지에 동조한 것과 무관치 않다.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금투세의 폐지 결정에 다른 야당과 시민사회는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대표가 표를 의식해 원칙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나왔는데, 그동안 필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경영계의 반대로 지지부진했던 소액주주에 대한 보호조치 방안을 추진하면서 부정 여론을 잠재우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에 속도를 내기 위해 '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이날 1차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 참석한 박찬대 원내대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겪고 있는데 정부는 주식시장 구조적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도, 시행하지도 않고 있다"며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을 포함한 증시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려고 한다. 국민의힘도 딴지 말고 적극 협조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언급되는 '노력 의무'에 대해 민주당은 고려하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TF 단장을 맡은 오기형 의원은 "노력 의무라는 표현법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며 "충실 의무는 이론적 쟁점이 매우 적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에 이사회의 충실 의무 확대, 소액주주의 권리 보장을 위한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이미 국회엔 기업 이사들에게 '주주 충실의무'를 부여해 기업의 무리한 합병 등으로부터 일반 주주를 보호하자는 취지의 상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된 상태다. 다만 정부·여당과 경영계가 상법 개정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고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5일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한다는 데에 이의가 없지만, 상법 개정이 최선인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어렵다"며 "모든 기업을 주주 충실의무로 하는 경우, 기업에 과도한 부담이 되거나 주주 간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SBS 라디오에 나와 "주주 충실의무는 대단한 논리적 모순을 안고 있다"며 "기업의 주주는 외국인 투자자, 기관투자자, 사모펀드, 소액주주 등 이해관계가 다른 주주들이 있는데 이들의 이익을 위한 충실의무를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는 이날 "공정하게 기업을 운영하고 기업의 경영이익을 공정하게 나누는 게 상식인데 설마 이걸 누가 거부하겠느냐"며 "희한하게도 정부·여당이 반대의사를 내놓기 시작한다. 왜 반대를 하나. 훔치는 걸 허용하자는 건가. 훔친 장물을 나누는 관계인가"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