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운송·여행에 쏠린 서비스 산업…ICT·콘텐츠, 희망으로 부상
韓 서비스 산업 무역 적자 지속…서비스 수출 규모 세계 18위 ICT·콘텐츠 수출 활성화해야…유기적 수출 전략·규제 완화 필요
2025-11-06 오시내 기자
매일일보 = 오시내 기자 | 일부 업종으로 편중된 국내 서비스 산업에서 ICT와 콘텐츠가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6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서비스 수출 규모는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주요국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20년 우리 서비스 수출은 전년 대비 13.7% 감소한 888억달러였으나, 이후 연평균 11.6%의 증가세를 보이며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그러나 국제 시장에서 보면 우리 서비스 수출 규모는 지난해 18위에 그쳐 여전히 낮다. 상품 수출 규모 세계 8위, 제조업 경쟁력지수 4위와 대비된다. 최근 10년 사이 우리 총 수출 대비 서비스 수출 비중 증가 폭은 주요 제조업 국가 가운데, 대만에 이어 두번째로 작은 0.9%포인트(p)에 불과했다. 반면 일본, 독일, 네덜란드 등 제조업 강국들은 빠르게 서비스 수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서비스 산업은 10년 전보다 수입 편중도가 심화되며, 무역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최근 운송 서비스는 수출 특화에서 수입 특화로 전환됐다. 외국 선사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2015년 이후 해상운임 증가세가 본격화돼 지급 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여행 및 기타사업 서비스 역시 지난 10년간 큰 폭의 서비스 수지 적자를 기록하며 높은 수입 편중도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서비스 수출은 운송, 여행, 건설 등 일부 업종에 편중됐다는 것이다. 이들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서비스 수출 중 70% 이상을 차지한다. 다행히 통신, 컴퓨터, 정보 서비스 수출이 성장세를 보이며 편중도를 완화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면서 온라인 게임, 컴퓨터 솔루션 등 IT 서비스 수출이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아직은 주요국 대비 열위에 놓여있으나 온라인 게임, 컴퓨터 소프트웨어 등 IT 서비스 수출액은 2013년 68억원에서 2022년 209억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온라인 게임 수출 규모는 지난 10년간 연평균 13%의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콘텐츠, 금융 등 일부 고부가가치 서비스에서 국제경쟁력이 강화된 점도 고무적이다. 문화, 여가 서비스는 유일하게 수출 특화 업종으로 전환하면서 경쟁력이 증가했다. 영화, 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와 아이돌 그룹들의 음원 수출 규모 증가가 경쟁력을 끌어 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서비스 역시 아직은 주요국 대비 열위에 있으나 최근 10년 사이 수출 특화로 전환했다. 금융기관의 비거주자 대상 대출, 중개, 신용장 개설 등 서비스 제공 확대가 경쟁력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서비스 수출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독자적인 수출 모델 구축과 제도적 기반 마련이 거론된다. 국가별로 상이한 산업 구조와 경제 규모를 고려해 타국의 서비스 수출 전략을 답습하기 보다는 우리 현실에 맞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식품과 화장품은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영상과 게임 등 콘텐츠 서비스의 국가경쟁력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점을 반영해 상품과 서비스를 연계한 복합 수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제조업에 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팩토리 등을 수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무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원은 “콘텐츠와 소비재 각각을 개별로 마케팅하기 보다는 이 둘을 연계한 전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일례로 최근 인기가 많은 라면의 경우, 드라마나 영화 등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노출해 수출 효과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 기업의 기술 개발과 비즈니스 모델 다변화를 통한 자체 경쟁력 확보도 중요하다. 서비스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중장기 규제개혁안을 마련하고, 정책적 지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우리나라에서 서비스 산업은 공공성이 커 육성보다는 규제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향이 있다. 개선을 위해 정부는 지난해 ‘서비스산업발전전담팀’을 출범하고 서비스 수출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2027년까지 서비스 수출 연 2000억달러를 달성하고, 세계 10위의 서비스 수출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콘텐츠, 관광, 보건의료, 정보통신기술(ICT) 등 수출 유망 서비스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한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등 주요 수출지원기관의 서비스업 지원 규모를 2027년까지 50% 이상 확대한다. 제조업 기준으로 지원 중인 제품인증, 시판매지원 등도 서비스 분야까지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콘텐츠, ICT, 보건의료 등 주요 서비스 분야에 대해서는 2027년까지 총 약 64조원 규모의 수출금융을 지원한다. 제조업과의 동반 수출을 지원하고 수출 전문인력도 양성한다. 김무현 연구원은 “서비스 산업은 하나의 상품 또는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다른 사업과 연계돼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공공성이 있다. 파급 효과가 크다는 뜻이다. 일례로 운송서비스의 경우 제조업 수출과도 밀접하게 연결되고, 통신은 ICT 등 기술과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기에 전반적인 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특정 기업이나 업종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연계된 서비스와 상품 전체를 고려해 수출 전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