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에너지 가치 ‘고공행진’…韓 경제 위기 코앞으로

歐美, 산업계에 탄소중립 요구… 미이행 기업에 불이익 美트럼프 재당선으로 친환경 보조금 삭제·축소 가능성 美수출 의존 높은 韓기업, 친환경·화석 에너지 모두 대비해야

2024-11-07     이용 기자
캔자스주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미국 차기 행정부와 정치권이 상반된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계는 앞으로 벌어질 미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그동안 바이든 정부가 강조해왔던 친환경 및 청정에너지 정책 전체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친환경 에너지 활용을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해외 기업들에게 나눠주던 친환경 보조금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대선 전엔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을 없애겠다”는 공격적인 공략까지 밝혔다. 만약 친환경 보조금이 삭제 및 축소되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업체는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다. 해당 분야는 국내 핵심 산업으로, 보조금을 받아 사업을 운영해왔던 한국의 수출 기업은 물론 관계사 및 하청까지 줄줄이 타격을 받는다. 반대로 미국 정치권과 유럽은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법제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현재 미국 여야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청정경쟁법안’이 내년 시행될 경우, 국내 산업계는 향후 10년간 총 3조에 가까운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청정경쟁법은 미국 민주당이 2022년 6월 최초 발의한 법안이다. 국가 간 탄소집약도 차이에 따른 생산비용 격차와 가격경쟁력 약화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상원 및 하원 소속 의원 모두 2023년 12월 청정경쟁법안을 재발의한 상태다. 특히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이 법을 지지해 통과가 유력하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미국과 원산지간의 탄소집약도 격차에 탄소가격을 곱한 규모의 탄소세가 부과된다. 탄소가격은 매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인상된다. 탄소세는 2025년 26개 에너지 집약 산업군에서 생산된 원자재에 최초 적용된 이후 2027년 완제품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해당 법안 도입 시 향후 2025년부터 2034년 동안 총 2조7000억원의 탄소세 비용이 유발된다고 봤다. 이미 유럽연합(EU)은 공급망실사지침(CSDDD)을 통해 기업의 인권 및 환경 보호 의무를 강화했다. 해외기업들은 협력사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평가를 중요시해 국내 기업들도 친환경 경영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각국 친환경 법안이 기업들에게 강력히 요구하는 건 탄소중립이다. 탄소중립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증가를 막기 위해 인간 활동에 의한 배출량을 감소시키고, 흡수량을 증대해 순배출량이 ‘0’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내외 규제에 발맞춰 국내외 글로벌 기업들도 탄소중립을 선언, 기업 내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뿐만 아니라 공급망 협력사의 지원과 관리가 강화되는 추세다.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를 미리 확보할 수 있다면 대외 여파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현존하는 친환경 에너지는 당장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없다는게 전문가 중론이다. 환경부가 발간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살펴보면, 경제성이 있는 재생에너지로도 국내 전력 수요를 전부 감당하기 어렵다는 예측을 내놨다. 트럼프 체제 하에 사용이 강요될 석유 및 석탄 에너지는 일부 국가가 독점한 자원이란 한계가 있다. 해당 에너지는 전쟁 등 국제 정세에 따라 가격이 큰 폭으로 변화한다.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은 미국의 에너지 정책에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한국은 자체적으로 화석연료를 발굴할 수 없는 에너지 빈곤국이라 사실상 친환경 에너지 자원 확보가 해법이다. 화력을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친환경 에너지는 원자력 뿐이지만, 지난 정권에서 정치 문제와 결부되며 성장 동력을 크게 소실했다. 또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성과를 보인 업체는 대부분 대기업이란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에너지 자급자족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산업계가 앞으로 이용할 친환경 에너지는 결국 대기업에서 생산한 자원일 가능성이 높다. 최근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 합병을 발표했다. 이번 합병으로 석유에너지와 화학, LNG(액화천연가스), 전력, 배터리, 신재생에너지 등 모두를 아우르는 공룡 에너지 기업이 됐다. 차세대 에너지 생산 분야에서 일부 대기업만 독보적으로 기술을 확보할 경우, 특정 국가가 독점한 현대의 석유 에너지 공급 구조와 별다른 차이가 없게 된다. 중소기업계는 관련 연구는 커녕 아직 제조 공정조차 친환경으로 전환하지 못한 곳이 많다. 오히려 정부가 지원한 탄소중립 지원사업금을 ‘먹튀’한 기업 사례까지 최근 드러난 실정이다.  삼성전자 하청 B사 관계자는 “일부 중소기업 경영진들이 친환경 전환이 먼나라 이야기라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며 “대부분의 하청은 원청이 알아서 잘 해주겠거니 여기며 기술 확보에 미온적이다. 친환경 사업 지원금의 존재도 모르며, 이를 받을 생각조차 하지 않아서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