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받던 CBDC, 트럼프 재선에 '먹구름'

'CBDC 발행 금지' 대선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 당선 한은, 야심차게 추진하던 프로젝트 동력 잃을 수도

2024-11-07     성동규 기자

매일일보 = 성동규 기자  |  한국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과 미국·영국·일본·프랑스·스위스 등 5개 기축통화국을 비롯한 7개국 중앙은행 등과 손잡고 야침차게 추진하던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기반 글로벌 지급결제망 구축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스위스, 멕시코 등 7개 국가 중앙은행은 지난 4월 국가 간 지급결제에 토큰화된 예금과 CBDC를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아고라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국가 간 지급결제 과정에서 드는 비용과 속도를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다. 대표적인 활용 사례로 해외송금이 꼽힌다. 업계에서는 중앙은행이 발행한 예금토큰과 CBDC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공통 지급결제 플랫폼을 만드는 방식을 예상하고 있다. CBDC는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전자 형태의 화폐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새로운 결제 수단으로 떠오르면서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이에 대응, 중앙은행 차원의 CBDC를 발행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5월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CBDC를 통해 화폐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게 될 것”이라며 “특히 국경 간 거래에서 큰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금융협회(IIF)가 지난 9월 '아고라 프로젝트'에 참여할 40여 개 민간기관을 선정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기업·농협·신한·우리·하나 등 6개 은행이 참가 기관으로 선정됐다.  한은이 지난달 28일 국가 간 지급 결제 과정에서 관련 규제를 준수했는지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실증 테스트까지 통과했다고 발표하면서 순항하는 것 같았던 '아고라 프로젝트'에 중대한 변곡점이 생겼다.  CBDC 금지를 가상자산 관련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미 대선에서 승리한 것이다. 정부가 CBDC를 통해 금융 거래를 감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돈을 몰수하거나 동결할 수 있게 돼 개인의 자유를 위협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더욱이 미국 경제지 포브스의 추산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300만 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BDC 발행이 금지되면 가상자산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약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공화당 역시 CBDC 금지를 정강정책으로 채택한 상태다. 달러화를 발행하는 세계 최대 금융 시장인 미국이 아고라 프로젝트에서 이탈한다면 글로벌 결제 수단으로써 CBDC의 가치는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