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트럼프에 K-푸드 비상…수출 타격 불가피
한은, 관세 공약 우리나라 수출에 부정적 요인 커 미국 수출 비중 높여온 식품가, 국가 다각화 고심
2024-11-07 이선민 기자
매일일보 = 이선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공약이 K-푸드 업계에 긴장감을 조성하고 있다.
7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며, 정부의 선제적 대응 의지를 밝혔다.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 또한 같은 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나 보호무역 등 공약으로 미뤄 우리나라 통상이나 수출에 부정적 요인이 좀 더 커보인다”며 “업종과 품목별로 기회이거나 위기일 수 있지만 현재까지 분석으로는 부정적 의견이 우세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집권 1기 시절 다양한 관세 정책으로 무역 장벽을 높인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과정에서 더 강한 관세 공약을 내세웠다. 그는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60%의 추가관세를 적용하겠다고 공약했다. 구체적인 실현방안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통상전문가들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활용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따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한국과도 분쟁의 여지가 있다. 과격한 정책 공약에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민 장벽을 높이기 위해 실제로 국경장벽을 건설한 1기 행정부 시기를 돌아보면 이번 공약도 실현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공급망 연계성을 고려한 대중 수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트럼프 뜻대로 관세가 인상되면 한국의 대중 수출 연계 생산이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대중 수출 연계 생산은 중국의 생산 활동이 한국의 생산을 얼마나 유발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지난달 ‘미국 대선, 농업·통상정책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자국 농업에 대한 보호를 거듭 강조하는 공화당의 기조를 감안할 때 트럼프 당선 시, 우리 농식품의 대미 수출 통관도 더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K-문화의 인기와 함께 K-푸드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음에 따라 수출에 사활을 걸었던 국내 식품업계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국내 식품업계의 수출 비중은 크게 증가해왔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0개월간 농식품 수출액이 작년보다 8.7% 증가한 81억9000만달러(약 11조2891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수출액이 가장 많은 품목인 라면 수출액은 지난달까지 10억2000만달러(1조4000억원)로 30.0%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떡볶이, 냉동김밥과 즉석밥 등 쌀 가공식품 수출액은 41.9% 증가한 2억5000만달러(약 3445억원)로 이미 작년 한 해 수출액을 넘어섰다. 특히 미국으로의 수출액은 55.9% 증가했고, 중국 시장으로의 수출액은 지난 9월부터 냉동김밥이 수출 품목에 포함되면서 작년 동기보다 40.2% 늘었다. 지난해부터 식품업계는 본격적인 글로벌 기업 도약을 위해 인프라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은 미국 내 자회사인 슈완스를 통해 LA 한인 김치 제조업체 코스모스 푸드를 인수해 현지에서 비비고 김치를 생산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국 전역에 19개 생산 시설을 두고 있다. 농심은 내년 상반기부터 녹산수출전용공장 착공에 들어간다. 녹산수출공장은 3개의 초고속, 최첨단 생산라인을 우선 설치하고 향후 8개 라인까지 늘릴 수 있도록 설계했다. 완공은 2026년 상반기이며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이 예상된다. 식품 업계는 제품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수출 국가를 다각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한한령 이후 국내 화장품 업계가 어려움을 겪었듯 특정 국가의 수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한국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당장 급격히 수출에 타격을 받지는 않겠지만, 환율·금리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며 “글로벌 프로모션을 확대하는 한편 한 국가의 경제·정치적 상황에 따른 변화에 좌우되지 않도록 수출 국가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