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명태균 '맹탕 해명' 尹 기자회견, 정국 '반전'커녕 혼란에 기름

尹, 기자회견서 金-明 논란엔 허리 숙이면서도 전면 부인 '중대 분수령' 지목된 회견 부정평가에 尹 비판 거세질 듯

2024-11-07     정두현 기자
7일

매일일보 = 정두현 기자  |  임기 반환점을 앞둔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 담화와 '끝장 기자회견'으로 국정난관 돌파를 시도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날 최대 관건이었던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의 관계 논란, 부인 김건희 여사의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선 원론적 사과와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평이 대체적이다.

윤 대통령에게 이날 담화 및 회견은 국정 난항, 거야(巨野) 공세, 당정 불협화음 등 중차대한 문제들을 극복할 기회로 지목됐다. 하지만 국정지지율 하락에 직격탄이 된 영부인·명태균 논란에 대한 해명과 후속대응 기조가 예측 범위에 준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이어지며 여야가 서로 대치전선을 강화한 혼돈의 정국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파다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담화에서 '4+1 개혁'에 기반한 국정쇄신에 드라이브를 걸겠다고 공언했다. 저출생, 부동산 고공행진, 인플레이션, 의료대란 등 중대현안에 대해서도 반드시 극복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말도 곁들였다. 

그는 담화 서두에 "지난 2년 반 동안, 국민께서 맡기신 일을 어떻게든 잘 해내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왔다. 국민들 보시기에는 부족함이 많았겠지만, 저의 진심은 늘 국민 곁에 있었다"며 "저의 노력과는 별개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일도 많았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라는 것은 변명하는 자리가 아니다.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다. 국민 여러분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부터 드리고 이 국정 브리핑을 진행하겠다"면서 허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앞으로 챙기고 또 살펴서,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걱정을 드리는 일이 없도록 임기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회견의 최대 화두였던 명 씨와의 정치유착 및 김 여사 국정농단 의혹에 대해선 "국민께 심려 끼쳐 사과드린다"면서도 실상은 알려진 바와 다르다는 해명으로 일관했다. 김 여사의 명품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등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이뤄진 사안에 대해서도 입법기구인 국회가 특검을 주도하는 것은 삼권분립 헌법가치에 위배된다며 저지선을 쳤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요구한 '4대 쇄신안'도 사실상 수용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 임명의 경우 "국회에서 추천해오면, 임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으나, 이는 한 대표 측이 특별감찰관 조기 선임을 위해 요구한 '투트랙 추진'을 우회한 행보로 풀이된다.  대통령실·내각 인적쇄신에 대해서도 후임 물색에 돌입했다는 입장만 내비쳤을 뿐, 구체적인 일정이나 인사교체 규모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김 여사 문제도 '잘 단속하겠다'는 취지의 원론적 입장 표명에 그쳤다.  이를 두고 여야 정치권에선 '맹탕 회견'이라는 혹평이 분출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윤 대통령 회견에 대해 취재진에 "국민들께서 그렇게 흔쾌히 동의할 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여당 친한(친한동훈)계에서도 윤 대통령의 쇄신 의지나 방법론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친한계 인사는 <매일일보>에 "이번 회견은 국정동력을 확보할 만한 '한방'이 안 보인다"며 "영부인에 대한 후속조치나 대통령실·정부 주요 인사들에 대한 개편안도 구체화된 내용이 없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향후 야권발 탄핵 정국이 가시화하는 등 살얼음 정국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한 대표 이하 친한(친한동훈)계의 쇄신 요구도 관철되지 않은 만큼, 당정 불협화음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오는 16일 윤석열 정부와 김 여사를 겨냥한 연합집회를 앞두고 있다. 이 대표의 회견 반응을 미뤄봤을 때 두 야당은 이날 정부규탄 집회에 기름을 끼얹을 공산이 커 보인다. 현재 야권은 대정부 규탄집회를 탄핵정국으로 연계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분간 당정관계 불안도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 그간 한 대표 등 친한계 인사들이 강력하게 용산 쇄신을 요구했으나, 이번 회견에서 드러난 윤 대통령의 기조는 이를 부분 수용하는 정도에 그쳤다는 게 중평이다.  결국 오는 14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예고된 야당발 '김건희 특검'이 당정 뇌관으로 깊이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본지에 "(김건희) 특검이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국회로 반려되면 이탈표가 관건이 될 텐데, 오늘(7일) 기자회견만 보면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탈표라는 내부 불안을 계속 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여소야대 국면이 심화할 것이란 관측도 엄존한다. 당장 내년도 정부 예산안 국회 심사에서 야당은 '윤석열·김건희표 예산' 전액 삭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향후 당정 입법안도 이번 회견을 계기로 정권규탄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야당의 몽니에 대거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