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안 내린다는 트럼프에 한은 고심

“트럼프 재집권 성공...확장 재정發 고금리 환경 노출” 한국은행 금통위 28일 예정...시장, 금리인하 제동 우려

2024-11-07     이재형 기자

매일일보 = 이재형 기자  |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미국의 통화 정책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정책을 이행할 경우 확장 재정,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자극 등 금리의 상방 압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미금리차는 역대급 수준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내수 침체 등 국내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의 통화 방향에 대한 고민이 커질 전망이다.

7일 통화당국에 따르면 한은은 오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통화 정책 방향을 결정한다. 앞서 한은은 지난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3.50%에서 3.25%로 인하했다.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2021년 8월 이후 3년 2개월 만에 긴축 완화로 피벗(통화정책 기조 전환)을 단행했다. 앞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지난 9월 4년 반만에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포인트 내리면서 한미금리차는 다소 줄었다. 하지만 벌어진 차이로 인한 자본 유출 등 우려는 여전하다. 금리 격차는 1.50% 포인트로 역대 최대 수준인 2.00%포인트에서 0.5%포인트 개선된 수준이다.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한미금리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연준은 6일(현지시간) 이틀 일정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은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지만 공화당 후보의 당선이라는 변수 발생에 향방을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확장 재정 정책, 포괄적 관세 공약 등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부채질 하는 정책들을 예고한 바 있어 안정을 보이던 물가가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데이비드 켈리 JP모건 수석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트럼프의 승리로 공화당이 압승하면 훨씬 더 확장적인 재정 정책과 무역 전쟁, 커지는 적자 폭 및 높은 금리 환경에 노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내년 무역 분쟁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공급 측 물가 상승 압력을 주기적으로 자극해 중물가 시대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 경우 물가 리스크가 상존하는 국가들은 중립금리까지 금리를 낮추기 어렵다”고 예상했다. 장기 국채 금리의 상방 압력도 상당하다. 트럼프 대통령 공약이 실행되면 강달러가 심화하고 재정적자 확대 등으로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확인된 6일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0.10%포인트 이상 올라 연 4.4%대 초반에서 거래됐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정 지출 공약은 앞으로 10년 동안 미 장기 국채금리를 4.3%포인트 높이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국의 금리 상방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은 수출 둔화, 내수 경기 침체 등으로 금리를 낮춰 잡아야 하는 입장인 만큼 한은의 고심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규연 연구원은 “미국은 기준금리를 4%대까지 쉽게 내릴 수 있겠지만 이후 4%에서 3% 경로는 인하 사이클 초반보다 상당히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며 “이런 가운데 한국은 당분간 수출 둔화가 불가피해 내수 회복 속도가 2% 달성 여부를 좌우할 테고 한은의 금리 인하 속도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