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트럼프] 더 거세질 '미국 우선주의'... 한미동맹도 '긴장 모드'

2기 트럼프 행정부 대북 접근법 한미·한미일 공조 시험대 '총선 참패' 日 이시바 정부 "3국 협력 전례 없이 중요" 尹 대통령 "트럼프 본인도 한미일 협력 상당히 긍정적"

2024-11-07     조석근 기자
23일(현지시간)

매일일보 = 조석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외교·안보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특히 1기 트럼프 행정부보다 더 강도 높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울 가능성에 세계 각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국내 안보 근간인 한미 동맹에 어느 정도 영향이 발생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과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싸고 불협화음이 빚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외교·안보 주요 성과로 강조해온 한미일 삼각 협력에도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예측불가 '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해온 1기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한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한미 동맹 관련 가장 관심을 모으는 대목은 한반도 안보 핵심인 대북 문제 접근법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지금까지 바이든 행정부와 한국 정부가 추구해온 북한 비핵화 목표에서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미국 대선 직전 가장 진화한 형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9를 발사하며 미 본토까지 겨냥하는 상황이다. 7차 핵실험 역시 목전에 두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일각에선 이미 고도화된 핵 전력을 보유한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위협을 관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ICBM 발사 및 핵실험 중단 등 '핵 동결' 대가로 북한에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대한 고립, 제대 대신 직접적인 대화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재임 시절 2018년 싱가포르, 2019년 하노이와 판문점에서 각각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지난 7월 "재집권하면 김정은 위원장과 잘 지낼 것", "그(김정일 위원장)도 내가 보고 싶을 것이고 나를 그리워할 것"이라며 수차례 김 위원장과의 친분과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경우 북한에 대한 철저한 무시, 봉쇄로 일관했지만 트럼프 정부에선 변화가 예상된다는 게 중론이다. 이 경우 한미 동맹과 한미일 삼각 협력의 문법을 충실히 이행한 윤석열 정부의 한반도 문제에 대한 발언권이 크게 약화될 수 있다. 한미 공조도 그만큼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중국에 대한 적극적인 견제와 봉쇄 전략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인식을 같이 한다. 동맹, 우호국들과 함께 중국의 군사, 경제, 기술 분야에 대한 견제를 강화한다는 기본 전략은 공통이다. 대중국 견제 및 봉쇄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동아시아 주축이 한미 협력, 한미일 삼각 협력이다. 트럼프가 집권하더라도 미국의 동맹 기본 구조는 근본적으로 변화가 발생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이런 동맹 구조에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에 비해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한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2016년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 한국을 겨냥 방위비 인상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한편 주한미군 철수를 압박하면서 동맹의 부담을 키웠다.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유럽 핵심 안보 파트너 국가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고도의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1기 트럼프 행정부 당시 문재인 정부가 방위비 압박 한편으로 두 차례 미사일지침 개정을 통해 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및 우주발사체 고체연료 사용제한을 해제하면서 우주기술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만큼 2기 트럼프 행정부와도 적극적인 한미 공조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나온다. 일본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당선 한 달 만에 총선 참패로 국내 입지가 크게 떨어졌다. 새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적극적인 구애가 예상된다. 지난 6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미일 동맹의 억지력과 대처력을 한층 강화하겠다며 미일 동맹은 일본외교, 안전보장 정책의 기축이며 인도·태평양 지역, 국제사회 평화와 번영의 기반이라는 점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미일 3개국을 둘러싼 안전보장 환경이 더욱 엄중해지는 가운데 한미일 협력 강화는 전례없이 중요하다"며 "지속해서 긴밀히 협력해 대응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7일 아침 트럼프 당선인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해도 한미일 삼각협력은 잘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트럼프 당선인도 3국 협력에 상당히 긍정적인 얘기를 했다"며 "서로 가장 빠른 시일 내 곧 만나자고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