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5만 가구 주택공급, 관건은 추진속도에 달려
2024-11-07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매일일보 | 정부가 수도권 3기 신도시 공급 계획 등에도 부동산 가격 추가 상승에 대한 시장 불안이 가라앉지 않자 주택공급대책의 마지막 보루이자 최후의 히든카드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라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경기 의왕·고양·의정부시 등 4개 지방자치단체는 지난 11월 5일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5만 400채를 공급하는 신규택지 후보지 4곳을 발표했다. 지난 8월 8일 내놓은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의 후속 조치다. 특히 서울에서 주택공급을 위해 그린벨트를 대거 해제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보금자리주택을 추진한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신규 택지조성 후보지는 서울 서초구 청계산입구역 주변인 원지동·내곡동·우면동 일대인 서리풀지구(221만㎡) 2만 채, 경기 의왕시 오전왕곡지구(187만㎡) 1만 4,000채, 고양시 고양대곡지구(199만㎡) 9,400채, 의정부시 용현지구(81만㎡) 7,000채 등 총 689만㎡(약 208만 평)에 5만 400채 규모에 달한다. 2026년 상반기(1∼6월) 지구 지정 후 2029년 첫 분양, 2031년 첫 입주가 목표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서초구 공급 물량 중 1만 1,000채(55%)는 신혼부부용 장기전세 주택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수도권 신규택지 후보지는 서울 경계에서 10km 이내의 그린벨트가 선정됐다. 정부는 해당 지역에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정차역을 신설하는 등 광역교통망 확충을 병행해 서울 도심까지 30분 내로 이동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제2의 내곡·세곡’으로 불리는 서초구 서리풀지구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하게 되면 서울 및 수도권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적잖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곳은 강남역에서 5㎞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데다 신분당선과 GTX-C 노선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의 요지이기 때문이다. 강남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선 이곳의 그린벨트부터 택지로 개발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과거 그린벨트 지역 개발 때 지연된 사례가 있어 실제 공급이 목표대로 진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환경 훼손 논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린벨트 해제가 집값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인 데다 당장 눈앞의 공급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최대한 공급 기간을 앞당긴다지만 택지조성과 인허가 등을 거쳐 소비자에게 분양하기까지 보통 6∼7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이렇듯 당장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따라서 눈앞의 집값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단기 공급이 필수적으로 병행돼야만 한다. 현재 서울에서 추진 중인 약 37만 가구의 재건축·재개발사업에 속도를 내는 게 급선무다. 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 등 1기 신도시 정비사업도 서둘러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건축·재개발 촉진 특례법」 제정과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개정 등 관련 법 정비가 필수인데도 정치권은 겉돌고만 있다. 국회는 국민의 주거 안정 차원에서 책임 있는 자세로 서둘러 관련 법 개정을 서둘러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정비사업 절차를 간소화하는 「재건축·재개발 촉진 특례법」 통과를 위해 정부도 국회를 설득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올해 3만 7,000채로 추산되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026년에는 8,000채로 급격하게 줄어든다. 공급 절벽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장기 공급대책과 함께 비교적 단기간에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에 힘을 쏟아야만 하는 이유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은 쉬울 순 있지만, 매우 위험한 방법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린벨트 해제는 중장기 공급대책일 수는 있어도 결코 단기대책은 될 수 없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자곡동과 세곡동 그린벨트 해제로 6,569가구를 공급했지만, 집값 안정효과는 미미했고 로또 분양과 투기 조장 문제만 불거진 아픈 경험을 안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국토교통부가 밝힌 대로 그린벨트 지역 4곳의 5년간 미성년·외지인 매수 등 투기성 짙은 거래가 무려 1,752건에 달한 것은 이를 방증(傍證)하기에 충분하다. 정부도 과거와 같은‘로또아파트’는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말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이런 일이 되풀이돼서는 결단코 안 될 일이다. 정부가 할 일은 그린벨트를 허무는 게 아니라 지키는 것이 목적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주택공급에 최대한 속도를 내되 투기 방지 대책은 필수다. 2021년 3월 터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사건은 되새겨볼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신도시 정보를 사전에 알아 미리 땅을 사고, 비싼 나무를 심어 더 많은 보상을 받아내기도 했다. 미공개 정보 이용뿐 아니라 사업 시행 과정의 불법행위도 철저히 차단할 필요가 있다. 투기 과열과 난개발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가용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유려(流麗)한 장밋빛 공급 계획을 내놓아도 인허가에만 그치고 착공과 준공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으면 결단코 공급 부족의 난제를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결국 집값 안정은 요원할 뿐이다. 과거 신도시 사업 등을 보면 예정 시간표대로 진행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3기 신도시는 최초 입주 시점이 2025년 상반기였는데 토지 보상 등의 문제로 1, 2년 늦춰졌다. 17만 4,000여 채 중 올해 안에 착공에 들어가는 물량은 전체의 6% 수준에 불과하다. 2020년 이후 인허가를 받은 공공분양 아파트 10곳 중 6곳은 올해 7월까지 착공조차 하지 못했다. 2018년 이후 LH의 사업 승인 후 미착공 물량은 10만 3,629가구다. 같은 기간 전체 공공주택 사업 승인 물량은 28만 9,851가구로, 이 가운데 35.8%가 미착공 상태로 나타났다. 특히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착공과 분양이 늦어지면서 대출 이자도 못 갚는 부실 사업장만 늘어나고 있는 최악의 상황에서 브리지론 기한이익상실(EOD │ Events Of Default), 디폴트 사례가 터져 나오면서 건설업계 도미노 부도마저 현실화할 우려까지 크다. 정부가 사업 전 과정을 꼼꼼히 챙기면서 공급 속도를 높이지 못하면 전례를 반복할 우려도 매우 크다. 정부 목표대로 추진된다고 하더라도 아무리 빨라야 7년이나 걸린다. 하지만 보상이 늦어지면 10년도 더 걸릴 수 있다. 따라서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LH는 명운을 걸고 신속히 보상을 마무리 짓고 서둘러 실행으로 옮겨나가야만 한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