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산업계, 트럼프 ‘美 우선주의’ 대비해야
2024-11-07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그가 돌아왔다.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복귀했다. ‘스트롱맨’ 트럼프는 주류 언론들의 예상과 달리 압도적 승리로 화려한 대관식을 치뤘다. 벌써부터 1기 트럼프보다 더 강해진 2기 트럼프를 예상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는 줄곧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 외쳤다. 일명 ‘마가(MAGA)’다. ‘아메리카 퍼스트’ 혹은 ‘미국 우선주의’라고 하는 이 트럼프의 정신은 트럼프 2기를 관통하고 있다. 사실 바이든 행정부도 자유무역기조를 외치기보단 ‘보호주의’에 기반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다. 미국 중심의 글로벌 산업 공급망을 재편했고, 전 세계 기업들에 미국에 들어와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창출하라고 강요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바이든과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다르다. 가치의 개입 여부가 이 둘을 가른다. 바이든은 정의, 선악 등 이런 가치판단을 포함한 단어를 내세웠고, 실제 정책에 반영했다. 바이든의 관점에서 보면 권위주의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는 민주주의 국가의 적이다. 정의를 위해 그들에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 중국을 철저히 미국 공급망에서 제외하고, 우크라이나에 천문학적인 전쟁 지원금을 준다. 트럼프에 이러한 가치는 없다. 오직 미국에 이익이 되면 친구고, 미국의 이익에 반하면 적이다. 트럼프는 미국에 도움만 된다면 중국과 러시아와도 손잡을 용의가 충분하다.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우호적인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트럼프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려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된다. 국내 산업계도 이러한 트럼프의 대전환을 주목해야 한다. 바이든이 만든 미국 중심의 산업정책은 벌써 트럼프로부터 위태롭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반도체법(칩스법) 등이 선거기간 내내 트럼프의 노골적인 공격을 받았다. 이러한 바이든의 지원책이 뒤바뀌면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등 국내 핵심 산업들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국내 기업들 개별적으로 최대한 대응을 하겠지만, 실제 우리 정부가 나서야할 몫이 더 크다. 특히 이번 정부는 유독 대통령 순방에 재계 총수들을 데리고 다니며 ‘팀코리아’를 강조하고 있다. 개별 기업들의 미국 정보팀 대응 수준으로는 한계가 명확하고, 정부 차원의 신속한 산업·외교 정책 변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바이든 시대의 맞춤이었는지는 알 길이 없으나 이번 정부도 가치 중심의 산업·외교 정책을 펼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민주주의와 자유를 외치며 피아식별을 확실히 해 양극의 외교를 펼쳤고, 이는 또한 산업 정책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정부의 외교 정책 변화가 곧 트럼프 시대에 직면한 산업계를 살리는 길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