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 티빙-웨이브 합병…관건은 지상파 중계권

양질 콘텐츠 공급하는 지상파 3사…합병 합의, KT 고민 상태 넷플릭스도 지상파 3사 콘텐츠 공급 제안하며 혼선

2025-11-10     김성지 기자
티빙과

매일일보 = 김성지 기자  |  지난해 12월부터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아직도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가 개입해 판을 흔들기도 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며 합병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티빙 모회사 CJ ENM과 웨이브 모회사 SK스퀘어 간의 티빙·웨이브 합병 관련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는 티빙과 합병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했다. 웨이브는 SK스퀘어(40.5%)가 최대주주로 있고 지상파 3사는 웨이브 지분을 19.8%씩 보유하고 있다. 합병 협상이 난항의 원인 중 하나는 지상파 3사의 중계권이었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의 중계권을 독점하고 있는데 해당 중계권을 두고 넷플릭스가 지상파 3사에게 웨이브보다 좋은 계약 조건을 제시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합병으로 인해 소란스러운 틈을 노려 지상파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웨이브 측 의견이 통일됨에 따라 업계의 관심은 KT에게 쏠리고 있다. 티빙 쪽 지분은 CJ ENM이 48.9%를 보유하며 최대 주주이며 △KT스튜디오지니(13.5%) △젠파트너스앤컴퍼니(13.5%) △SLL중앙(12.7%) △네이버(10.7%)가 5% 이상을 지니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KT스튜디오지니는 아직 합병안에 찬성 의사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반대하는 것은 아니나 KT의 인터넷TV(IPTV)과의 관계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훈배 KT 미디어플랫폼본부장(전무)은 지난 5일 IPTV 간담회에서 “티빙과 웨이브 합병은 유료방송 시장 전체를 바라보며 고민하고 있으며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일 KT가 합병안에 찬성하면 양측 주주들은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1000만명이 넘는 사용자를 확보할 것으로 예측된다.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의 올해 3분기 월간 사용자 수(MAU)는 780만명 가량이며 웨이브는 440만명 정도다. 단순 합산으로 계산할 순 없지만 티빙의 주요 콘텐츠는 스포츠, 웨이브는 지상파 3사 콘텐츠임을 감안하면 핵심 시청층이 다르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넷플릭스의 MAU는 1100만명 선이다. 최근 업계에서는 콘텐츠 수급과 관련해 변화가 생기고 있다. 넷플릭스 이후 OTT 기업들은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매년 콘텐츠 제작비로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했고 2021년에는 한국 콘텐츠에만 1조원 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차 OTT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신규 가입자 수는 정체기에 접어들었고 OTT 이동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기 OTT 기업으로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 3사는 OTT 기업들에게 검증된 콘텐츠 공급처로서, 콘텐츠 투자에 아끼지 않는 넷플릭스에게도 매력적인 선택지다”며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된다면 스포츠를 통해 젊은 세대와 남성층을 공략할 수 있고, 지상파 3사의 콘텐츠를 통해 중장년층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어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