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공간 수애뇨339, 최은혜 개인전 《모란이 피기까지는》 8일 개최

2024-11-08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예술공간 수애뇨339에서 최은혜 개인전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11월 8일에 개최한다.

김영랑 시인의 시가 연상되는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모란이 활짝 핀 화려함의 절정 보다는 한 해의 생명을 다하고 저물어가는 모습을 담아냈다. 최은혜 작가는 내면의 의식 속 어딘가에 존재하는 미지림에 주목해왔다. 같은 곳이지만 늘 같지 않고, 익숙한 곳이지만 늘 익숙하지 않은, 안다고 생각하지만 늘 낯선 미지의 공간에 대해 탐색하며 잡초와 넝쿨이 생명을 이어가는 방식으로 화폭에 표현해왔다.
내면과 심상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공간 미지림을 통해 작가는 인간을, 인간의 의식세계를 이해하고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대안적 풍경을 보여주고, 현실에 존재하는 문제들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인간의 삶과 의식을 은유적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그 동안의 미지림 풍경이 누군가의 손길에 의해 정돈이나 가공되지 않은 날것의 생생한 모습이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삶의 깊은 의미를 간결한 모란의 풍경으로 구체화시켰다. 작품에 그려진 모란꽃은 씨방이 다 드러나는 듯한 모습으로 작가는 시들어 가는 모란꽃에 숨겨진 생명력을 간파해냈다. 오랜 기다림 끝에 힘들게 피었다 저물어가는 모란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필 생명의 씨를 품고 차디찬 겨울을 버티는 자연의 이치를 깨달은 것이다. 모란꽃은 활짝 피어 있을 때나 저물어 갈 때나 부귀와 영화의 의미를 잃지 않는다. 화사한 모습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때도 그 존재는 유한하며, 시들어 외면당할 때도 그 존재는 무한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기에 모란이 찬란하게 핀 봄이 슬프고 아름다울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 피할 데 없이 마주해야 하는 자연의 흐름은 끊임없이 존재의 변화를 요구한다. 이 요구는 느리지도, 급하지도 않으며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다. 다만 그 성실함과 꾸준함이 변화하는 존재에게는 가장 버거운 일일 테다.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피고, 지고, 피기를 기다리는" 일의 반복이다…

언젠가 피어날 순간을 위해 자신의 알몸을 드러내고, 마주하고, 긴긴 기다림의 시간을 올곧이 받아들이는 것이겠구나. 그 피어남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도 기억해야 하는 것이겠구나. 시인 영랑의 말처럼 찬란하고 슬프다. 그리고 참 아름답다."--(작가 노트 中에서)

이번 전시에서 다양한 형태로 저물어 가는 모란꽃의 역설적인 아름다움과 작품 속 숨은 이야기를 관람하고 즐겨보길 바란다.
  • ○ 전시제목 : <모란이 피기까지는>
  • ○ 전시기간 : 2024년 11월 8일 – 12월 7일 (11:00~18:00, 일 휴관)
  • ○ 전시작가 : 최은혜
  • ○ 전시장소 : 수애뇨339 (주소)서울시 종로구 평창길 339
작가 최은혜(Choi EunHye)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한 후 동대학원에서 석, 박사과정을 마쳤다. Space55, 갤러리 그리다, 아트스페이스 플라스크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서울대 미술관, 세화미술관, 금호미술관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