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트럼프 당선에 철강업계 불확실성 커졌다
트럼프, 중국산 관세 부과해도 韓 반사이익 기대 어려워 美서 밀려난 中 저가물량 국내 유입하면 시장교란 가중
2024-11-10 서영준 기자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무역장벽 강화로 대미 수출 물량이 제한될 우려는 물론 중국 저가 철강의 국내 유입 물량도 더 많아질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 당시 평균 3%대인 모든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최대 20%로 높이겠다며 '보편적 관세'를 공약한 바 있다. 중국산 수입품에는 최고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중국 철강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규제 역시 계승할 것이란 관측이 높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을 겨냥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철강 소재와 제품이 멕시코나 캐나다, 미국에서 제강되지 않은 경우 25%의 관세를 부과했다. 통상 중국 업계가 미국의 견제를 받으면 국내 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얻는 경우가 있지만, 철강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국내 철강업계도 미국 수출 물량을 제한받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미국의 철강 쿼터 부과 대상국으로 2015~2017년 연평균 수출량의 70%에 해당하는 268만톤의 철강만 수출할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트럼프 당선인이 쿼터제를 폐지하고 우리나라 철강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경우다. 과거 미국 상무부가 세아제강 등 우리나라 철강 기업을 상대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사례도 있다. 또한 미국 판로가 막힌 중국 저가 철강 물량이 우리나라로 선회할 경우에도 국내 철강업계의 시름이 가중될 전망이다. 중국 업계는 그간 내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국 내 남아도는 철강 물량을 싼값에 해외로 밀어내 왔다. 미국 수출이 막힌 중국산 철강 제품이 국내에 유입되면 덤핑 행위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중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를 요구하는 국내 철강업계의 목소리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에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신청한 바 있으며 열연강판 등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반덤핑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도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와 관련해 "불공정한 무역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반덤핑 제소 필요성에 대해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 철강 산업은 현재 무역 보호 장치가 거의 전무한 상황이라 어떤 형태로든지 불공정 무역 행위에 따른 적합 수입재에 대한 규제는 당연히 시행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