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총량' 꽉 채운 시중銀 비대면대출 중단
은행들 연간 총량 관리 수치 맞추려 가계대출 더 줄일 듯 빚 내서 겨우 버티는 소상공인‧서민들 부담 가중 불가피
2025-11-10 성동규 기자
매일일보 = 성동규 기자 | 최근 주요 은행들이 비대면 대출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한 은행권의 '대출 조이기' 기조가 한층 더 강화된 형국이다. 문제는 여러 사유로 대출이 절실한 이들이 고금리 대출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해 초에 자체 수립해 당국에 제출한 경영계획에서 가계대출(정책대출 제외) 목표증가율을 연간 2~3% 수준으로 설정했으나 대부분 목표치를 초과한 상태다.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해 말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10월 말 기준)은 △KB국민은행 5.57% △신한은행 8.06% △하나은행 4.55% △우리은행 6.83% △NH농협은행 3.64%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경영 계획을 초과한 은행에 대해선 경영계획 수립과 관리 적정성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방안을 수립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다. 내년 은행별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출 및 관리계획 수립 때 더 낮은 DSR 관리목표를 설정하도록 해 대출자산 증가 규모를 제한할 계획이다. 사실상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은행들이 연간 총량 관리 수치를 맞추기 위해 일부 비대면 창구의 문을 닫아버리는 사레가 속출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비대면 대출 상품 세 가지(i-ONE 직장인스마트론·i-ONE 주택담보대출·i-ONE 전세대출)의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5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우리WON주택대출(아파트·연립·다세대·오피스텔)', 전세자금대출 상품 '우리WON전세대출(주택보증·HUG)'와 '우리스마트전세론(서울보증)', 'iTouch 전세론(주택금융보증·서울보증일반)'을 취급하지 않는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신용대출 상품별 우대금리도 최대 0.5%포인트(p) 줄였다. 그만큼 대출 금리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 6일부터 모바일뱅킹 앱 '쏠(SOL)뱅크'에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전세대출 등 비대면 대출 상품을 한시적으로 판매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은행 대출이 어려워짐에 따라 수요자들은 제2금융권 등 고금리 대출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경기침체와 고물가 등으로 빚으로 겨우 버텨고 있는 소상공인과 서민들의 부담 가중이 불가피해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은행들이 잇따라 대출 상품 취급을 중단하고 금리를 더 올리는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는 점이다. 실수요자 보호와 금융 시장 안정화를 위한 균형 잡힌 정책이 필요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