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관세맨’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

2024-11-10     김혜나 기자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외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재집권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7월 유세장에서 총격을 당하기도 했는데, 이는 그의 지지층이 더욱 결집하는 계기가 된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과의 대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미국은 명실상부한 세계 1위 국가다. 미국의 대선 결과 역시 우리나라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칠 밖에 없다. 특히 북한과 휴전 중인 우리나라엔 주한미군이 주둔 중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집권 당시에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너무 적다며 기존보다 5배를 인상한 ‘5조원 청구서’를 제시했다. 한국을 두고 ‘머니 머신’이라고도 했다.

자신이 대통령이라면 한국에 연간 100억달러(약 13조6000억원)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양국이 제12차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을 통해 타결한 2026년 분담금(1조5192억원)의 9배에 달한다. 막상 한국은 30조원의 ‘세수 펑크’가 발생해 나라 곳간에 구멍이 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등 국내 핵심 산업계도 비상이다. 트럼프가 반도체지원법(칩스법)에 부정적인 만큼 일부 조항을 폐기하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지는데, 이로 인해 반도체 산업의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역시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 축소 가능성이 높은 상황으로, 전기차를 포함해 완성차의 대(對)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자동차 산업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는 수입품에 대한 공격적인 관세부과도 예고한 바 있다. 국가에 관계없이 전 세계 수입품 대상 10~20%의 보편관세 부과를 공약으로 내건 게 대표적이다. 만약 보편관세가 부과되면 제품의 가격은 필연적으로 오르고, 미국 소비자들의 선택 가능성도 낮아지게 될 거란 우려가 나온다.

기후변화 및 전쟁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 약 7개월 만에 1400원대로 올라섰다가 소폭 내려 1300원대 후반을 유지 중이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이러한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 충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