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K-배터리, 트럼프 당선에 IRA 블랙홀 빠졌다
AMPC 사실상 폐기 어려워…보조금 축소 등 다양한 시나리오 검토 중
2025-11-10 서영준 기자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앞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면 폐지 또는 축소하겠다는 공약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파급 효과를 시나리오별로 분석하고 있다. 가장 주목하는 것은 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 축소 여부다. 트럼프 당선인은 IRA 축소 가능성을 꾸준히 언급해 왔다. 그는 지난 6월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를 겨냥해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엄청난 양의 보조금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AMPC가 축소될 경우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전기차 캐즘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게 AMPC는 실적 방어에 중대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4483억원이다. 이 중 AMPC는 4660억원으로 이를 제외하면 3분기 1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SK온도 3분기 영업이익 240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했지만, 608억원의 AMPC를 제외하면 368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삼성SDI도 내년부터 AMPC 규모가 본격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AMPC를 완전 철폐할 가능성은 작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이미 통과된 법안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의회 동의가 필요하고, 공화당 내부에서도 AMPC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앞서 공화당 내 하원의원 18명과 의장은 공개적으로 IRA 폐기를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더 나아가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 오히려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는 가운데 미중 제재 강화로 국내 배터리 기업이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전망다. 이에 따라 업계는 트럼프 집권 이후 정책 기조를 면밀히 주시하며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 4일 SK온은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재집권하는 상황에도 IRA 전면 폐지는 어려울 것"이며 "보조금 대상 차량 축소나 보조금 예산 제한 등 제한적인 조치가 오히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측했다. 지난 1일 배터리 산업의 날에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또한 "AMPC의 큰 변동을 없을 것으로 예상하며 소비자에게 가는 세액공제는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