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청와대, 책임회피 수렁에 빠졌나
“국가안보실, 재난 컨트롤타워 아니다” 재차 강조…‘무책임’ 비난 총리·안행부로 떠넘기기
2015-05-02 이승구 기자
[매일일보 이승구 기자]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정부의 부실 대응과 재난관리 시스템의 문제점이 연일 지적되는 가운데 청와대가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재난관리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는 주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다시 배포했다.앞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23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청와대의 책임론이 제기되자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국가안보실 위기관리센터는 재난컨트롤타워가 아니다”라고 ‘반박성 해명’을 내놓은 바 있는데 이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자 재차 해명에 나선 것이다.청와대가 이런 참고자료를 배포한 이유는 최근 일부 언론에서 연일 ‘국가안보실이 재난 컨트롤타워인데 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것에 대해 반박하기 위한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매일일보가 누차 지적했듯 ‘재난관리의 최종 컨트롤타워’는 국가안보실이 아닌 대통령이고 국가안보실은 그 보좌 역할을 맡는 것이 현 직제규정이다.하지만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1일 언론에 배포한 참고자료는 “정부 출범 이후 작년에 개정된 정부조직법에 의거, 재난업무에 대한 총괄·조정 기능이 안행부에 부여됐으며 작년 8월 안행부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개정했다”며 “이 법에서는 국무총리와 안행부장관이 재난 업무에 관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도록 명시돼있다”고 강조했다.또 “국가안보실에서는 작년 8월말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작성·하달했다”며 “안보분야 위기관리는 국가안보실에서 관장하고 재난분야는 이 법에 따라 중앙안전관리위원회(국무총리)가 정책을 조정·심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안행부장관)가 대규모 재난을 총괄·조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국가안보실은 이와 관련해 재난분야 위기에 관한 정보상황의 종합 및 관리 업무를 수행도록 되었다”고 덧붙였지만 대통령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국가안보실은 청와대 소속이고, 해양수산부의 재난대응메뉴얼에서는 대통령과 국무총리를 동시에 보좌하는 것으로 규정되어있다.국가안보실은 “관련기관에서는 표준 매뉴얼과 실무매뉴얼 등 관련 하위매뉴얼을 순차적으로 개정해 나가고 있는 상태”라며 “다만 해양경찰청은 지난 2010년 10월 작성된 바 있는 실무매뉴얼을 현재 개정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음(아직까지 개정발간이 되지 않음)”이라고 덧붙였다.현재 많은 문제점이 거론되고 있는 재난대응 실무메뉴얼이 박근혜 정부 출범이후가 아닌 이전 이명박 정부에서 작성된 것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는 주장을 내포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지만 ‘안전’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출범한지 1년이 지난 시점에 할 이야기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결론적으로, 국가안보실의 이번 재해명은 큰 제목에서 분명히 ‘맞는 말’이긴 하지만 구체적 내용을 뜯어보면 청와대와 대통령의 책임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국무총리와 안전행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내용이어서 책임회피 논란을 오히려 다시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한편 정부는 지난달 22일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영상국무회의를 통해 “자기 자리를 지키는데 급급해 책임을 회피하거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공무원을 퇴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총리는 5일 뒤인 지난달 27일 사의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