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트럼프 당선’에 韓 위기론 확산…보호무역주의 리스크 뇌관

‘보편관세’ 도입 우려로 10대 수출 품목 공급망 생태계 요동 연구기관, 경제성장률 하향 예정…리쇼어링도 부정적 영향

2025-11-11     신승엽 기자
도널드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재당선을 지켜본 국내 기업들이 보호무역주의 기조 강화에 따른 위기의식에 휩싸이고 있다. 

11일 경영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대선의 영향으로 국내 기업들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부터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한 바 있다. 관세를 강화해 자국 기업들을 우선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미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 규모가 큰 만큼, 한국 기업들의 고심도 커지는 실정이다.  트럼프는 지난 5일(현지시간)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돼 백악관에 재입성했다. 당초 경쟁자 해리스와 접전이 예상됐지만, 무난히 백악관에 입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앞선 45대 대통령 재임 시기에 외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기조를 이어가며, 자국 산업 보호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한국 경제의 핵심 파트너다. 하지만 트럼프는 관세 강화를 예고했다. 미국과의 교역이 많을수록 충격이 심화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호무역주의를 전개할 경우, 한국 기업들은 변수를 맞이하게 된다. 동맹국을 일부 예외사항으로 두는 경우와 동맹국에게도 높은 관세를 적용하는 상황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는 ‘보편관세’를 내세우고 있다.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다. 사실상 동맹국에게도 높은 관세를 받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 자동차와 반도체 등 미국 수출 상위 10개 품목이 모두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현재 자동차 품목은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이 평균 두 자릿수를 상회한다. 반도체 부품인 D램 모듈은 165%에 달해 트럼프 정부의 타깃으로 꼽힐 수 있다.  국내에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연일 나오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2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한국은행도 오는 28일 경제전망을 수정한다. 해당 기관들이 이번 전망 때 올해·내년 성장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당선 이후 국내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더욱 클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양 기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2.5%, 2.4%를 제시했다. 내년 성장률은 2.1%로 내다봤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에 수출액 감소 현상을 전망하는 조사도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한국의 전체 수출액은 약 222억~448억달러(약 31조~62조원)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별도의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0.29~0.67%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는 평가다.  상대적으로 유동적 대응이 어려운 중소기업계는 근심이 더욱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중국 제재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저울질에 신경써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중국과 미국은 각각 교역량 1, 2위를 차지하고 있어 국내 중소기업의 고충이 심화되고 있다. 결국 미국과 중국을 두고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국내 정부의 ‘리쇼어링’ 정책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리쇼어링은 해외에 진출한 생산거점을 다시 국내로 돌아오게 만드는 정책이다. 트럼프는 법인세를 낮춰 자국 기업들의 리쇼어링을 촉진할 계획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내 생산거점을 가진 기업 적용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미국 내 생산거점을 가진 기업에게도 법인세 인하 혜택을 받을 수 있어 국내 리쇼어링 정책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미국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에 더욱 치명적이다. 중소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 관계자는 “미국 내 한국 완성차업체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고, 기업의 지속성을 좌우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보편관세가 시행될 경우, 한국 기업들도 미국 내에서 납품기업을 찾을 가능성이 존재해 국내 부품업 생태계까지 붕괴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중소기업은 더욱 큰 우려를 보내고 있다. 경기도에 위치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에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관세 부담과 중국 제재 관련 유통망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결국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한쪽의 투자를 포기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하소연했다.  다만, 산업계에서는 일부 긍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가 상대적으로 화석연료에 친화적인 만큼, 친환경 부문은 상대적으로 입지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골자다. 정부에서도 석유·화학 부문의 선전을 예상하고 있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와 달리 제조업의 흥행을 우선 순위로 두고 있으며, 화석연료 활용에 긍정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면서 “현재 침체기에 빠진 국내 석화업계에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가 화석연료 채굴, 친환경 관련 규제 폐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석화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