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불어나는 건설 외노자···산재 사망자도 증가세
외국인 노동자 급증 속 안전 관리 체계 허점 곳곳 소통 장애 등 현실적 어려움多···산재 증가 무방비
2025-11-11 권한일 기자
매일일보 = 권한일 기자 | 건설 현장 내 인력 부족 문제와 윤석열 정부의 적극적인 취업 비자 확대 방침으로 건설 외국인 노동자(이하 외노자)가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위험도가 높은 작업 환경에 노출되고 있지만 내국인 위주의 안전 관리와 언어 장벽 등으로 인해 보호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외노자 산재 사고와 사망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현장에선 무분별한 비자 개방에 앞서 철저한 외노자 안전 관리 대책 수립과 제도적인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내국인 노동자 사망자는 2021년 375명에서 2022년 355명, 지난해에는 301명으로 감소했지만, 외노자 사망자는 2021년 42명에서 2022년 47명으로 11.9% 증가했고, 지난해 55명으로 17.0% 늘었다.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으로 안전 관리 기준이 한층 강화됐고 내국인들의 안전 의식이 개선됐지만 대대적인 취업 비자 확대로 급증하고 있는 외노자들은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 정부 들어서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는 외국인 채용을 희망하는 기업에 요구되는 내국인 필수 구인 기간을 절반으로 줄였고 외국인 고용 허용 범위와 규모를 대폭 늘리고 있다. 통계청과 법무부가 집계한 '이민자 체류 실태 및 고용조사'를 보면 지난해 5월 기준으로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취업자는 92만3000명으로, 1년 만에 8만명(9.5%) 급증했다. 외국인 취업자가 90만명을 넘어선 것은 2012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정부가 올해 비전문 단순직(E-9) 허용 인원을 추가 확대한 만큼 외국인 취업자는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비숙련 외국인 고용허가제(E-9)를 통한 인력 유입 규모는 현 정부 출범 전까지 연간 5만명 대였지만 지난해에 12만명, 올해는 역대 최대인 16만5000명까지 늘었고, 올해 3월 기준 국내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외노자는 11만 8735명(건설근로자공제회)으로 전년 대비 8870명(8.1%) 증가했다. 여기에 정부는 내년부터 건설 현장 내 단순 업무를 넘어 형틀·철근·콘크리트공 등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기능직 숙련 작업에 적합한 외노자 도입을 위한 E7-3(일반기능인력) 비자 도입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건설업계의 인력난 고충을 한층 덜어주겠다는 복안이지만, 불법 체류와 부실시공은 물론 외국인 산재 사고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A 건설사 현장직 관계자는 "현장에선 아무래도 내국인보다 외노자들이 철거나 해체 또는 고층 작업 등 고위험 작업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고, 대형사를 제외하면 안전 장비나 안전 점검이 체계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B 건설사 관계자는 "아침조회 등을 통해 외국인 안전 교육과 일일 특이 사항 전파가 진행되지만, 실상은 사진 등 증빙으로 남기기 위한 게 대부분"이라며 "그들의 숙지 여부를 확인하는 노력은 없고, 현장 여건도 녹록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