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건설현장 사망사고… 무의미한 안전구호
‘안전’ 최우선 가치 구호 내걸지만, 사망 잇따라
2025-11-11 김승현 기자
매일일보 = 김승현 기자 | 건설사들이 저마다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긴 구호를 내걸고 현장 교육에 나섰지만,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사실상 무의미한 모양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내 전기차 전용 공장 건설현장에서 근무했던 50대 근로자 A는 사고 후 결국 숨졌다. 현대엔지니어링 하청업체 직원인 A는 패널공사 중 12m 높이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곧바로 소방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지난 10월 28일에는 자양동 공사 현장에서 근무하던 50대 남성 B가 지하 3층에서 지하 5층으로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 곧장 광진소방서가 출동해 심폐소생술을 진행하며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9일 뒤 숨졌다. 롯데건설이 시공을 맡은 해당 건설현장은 지난 7월에도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을 하던 50대 남성 C가 엘리베이터 부품에 맞아 숨지기도 한 곳이다. 같은 현장에서 노동자 2명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지난 10월 21일에는 서희스타힐스 센트럴파크 신축 현장에서 근무 중인 50대 남성 근로자 D가 5m 높이에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머리를 다친 D는 곧바로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 조사 결과 D는 지하 1층 천장을 콘크리트로 타설하기 위한 가설재(길이 2m·폭 50cm)를 2인 1조로 설치하는 과정에서 실족해 사고를 당했다. 정확한 사고 발생 경위나 안전 수칙 준수 여부 등은 조사 중이다. 국토안전관리원 사고정보분석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9월까지 건설현장 내 누적 사망자 수는 146명에 달한다. 지난 6월부터 8월 사이 사망자 수는 5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명(24.6%) 줄어 감소세인 듯 보이지만, 이는 폭염과 폭우로 현장이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해당 기간 착공 건축물은 2만7173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2% 줄었다. 고용노동부와 국토연구원 자료(지난 2023년 기준)에서도 사망사고 비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건설업이었다. 당시 전체 사망자 중 43.8%(356명)를 건설업이 차지했다. 직전보다 11.4%(46명) 줄어든 수치지만, 해당 기간 건설 착공 실적은 2005년부터 2022년 연평균 대비 반 토막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각 건설사 대표 등이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걸고 현장에서 저마다 구호를 외치며 노력했지만, 그 효과가 무색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 건설업 관계자는 “수치만 보면 줄었지만, 착공면적 대비 살펴보면 오히려 증가세”라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건설사 저마다 대책을 발표하고 경영진이 나와 ‘안전’을 강조하지만, 효과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노조 관계자는 “근로자 사망사고가 감소세인 이유는 건설 경기 부진으로 착공이 줄었기 때문”이라며 “근로자 사고(사망 등)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단순히 구호만 내걸 게 아니라 현장 교육을 개선·강화하고 정부는 안전 보장을 위한 법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