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대차 확대에 '성과급잔치' 예고

은행들 예금금리 낮추고 대출금리 올리면서 두 달 새 예대금리차 0.3%포인트로 벌어져

2025-11-11     성동규 기자
서울

매일일보 = 성동규 기자  |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낮추고 대출금리는 올리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성과급이 실적에 비례해 책정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 성대한 돈잔치가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일각에선 은행들이 국민 눈 높이에 맞는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공시된 '예대금리차 비교'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실제로 취급된 정책서민금융(햇살론뱅크·햇살론15·안전망 대출 등) 제외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평균 0.734% 포인트였다.  지난 7월과 8월 0.434%포인트, 0.57%포인트를 각각 기록, 예대금리차는 두 달 사이 0.3%포인트 벌어졌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에도 지속해서 대출금리가 오르고 있는 추세를 고려하면 전달과 이달 예대금리차는 더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예대금리차는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받는 대출금리와 예금자에게 지급하는 금리 간 격차다. 은행 수익의 본질적 원천이다. 예대금리차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은 산술적으로 대출·예금 금리 격차에 따른 마진(이익)이 많다는 의미다. 이렇다 보니 4대 금융지주의 올해 당기순이익 추정치는 전년보다 12.15% 증가한 16조741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서민을 대상으로 한 '이자놀이'로 은행만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셈이다.  금융당국에서도 현재 상황을 탐탁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은행이 혁신을 통해 거둔 이익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위원장은 "삼성전자처럼 수출을 많이 하는 제조업의 경우 해외 시장에서 경쟁하고 살아남기 위해 혁신한 결과로 이익을 거뒀지만, 은행은 혁신이 있었냐는 문제의식이 있다. 은행과 상생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은행의 이자 장사에 부담금을 부과해 초과 이익을 환수하는 '횡재세' 도입이 한동안 잠잠하다 올해 국정감사를 계기로 다시 거론되고 있다. 기존 기여금이나 출연금을 강화해 횡재세의 목적을 달성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은행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성과급 지급 규모를 기존 300~400%에서 200~300%로 조정하고 사회공헌활동 지원 규모 늘렸다. 그럼에도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실상 금융지주들은 올해도 비슷한 조치밖에 취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마저도 불투명하다. 금융노동조합과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2년 연속 성과급 규모 축소를 설득 시킬 수 있을지 미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