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트럼프 2.0 시대, 산업부에게 거는 기대
2025-11-11 서영준 기자
매일일보 = 서영준 기자 | 트럼프 전 대통령이 4년 만에 백악관으로 돌아왔다. 미국인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경제상황 악화와 불법이민 문제에 대한 불만을 고스란히 표로 분출했다. 미국과 한국 주류 언론들은 투표 직전까지 초박빙으로 예상했지만, 트럼프는 경합주 7곳을 모두 싹쓸이하며 압도적 승리로 그들을 비웃음거리로 만들었다.
미국은 명실상부 세계 1위 국가다. 작은 날개짓 하나에도 전세계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와 연이어 터진 전쟁으로 그 어느 때 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대선 결과를 두고 우리나라 산업부는 어느 정도의 예측과 대비를 했을까. 산업부는 앞서 2016년 미국 대선에선 뼈아픈 실책을 경험했다. 당시 산업부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예상했다. 투표일 직전 발표된 여론조사 기관 22곳 중 20곳이 힐러리의 승리를 예상했던 만큼 산업부는 힐러리에 맞춘 대미 통상 전략을 짰다. 그러나 이러한 구상은 물거품이 됐다. 클린턴이 280만표 이상을 더 얻고도 트럼프가 주별로 배정된 선거인단 수를 더 확보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그때의 충격 때문인지 이번에는 트럼프와 해리스의 당선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정책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했다. 미국 통상을 담당하는 미주통상과뿐만 아니라 철강세라믹과, 반도체과, 자동차과 등 산업부 핵심 부서는 지난달부터 대통령실에 후보자별 산업정책 대응 전략을 보고했다. 아울러 해리스가 우세하다는 여론 속에서도 트럼프 측 인사들과 꾸준히 교류를 해왔다. 산업부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국무장관 후보로 꼽히는 빌 해거티(공화·테네시) 상원의원을 필두로 미국 공화당 상원·하원의원들을 챙겼다. 트럼프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방한했을 땐 대통령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트럼프 재집권 소식에 2016년과 달리 "그래도 다행"이라는 안도의 반응이 많았다. 그렇다고 안심은 금물이다. 트럼프는 '불확실성의 아이콘'이다. 지난 1기 집권 때도 트위터(지금의 X)로 정책을 갑자기 발표했다. 그때마다 산업부는 진땀을 빼며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트럼프 2기의 산업 정책 방향으로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와 관세 인상, 중국 견제 등이 거론된다. 트럼프가 미국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 개별적으로 최대한 대응을 하겠지만 정부가 나서야할 몫이 더 크다. 특히 이번 정부는 유독 '팀코리아'를 강조하고 있다. 개별 기업들의 미국 정보팀 대응 수준으로는 한계가 명확하고, 정부 차원의 신속한 산업·외교 정책 변화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다시 한번 트럼프 시대, 우리나라 산업부의 역량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