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업계, 中원료의약품 의존 커져… 공급망 무기화 대비해야

歐美, 中産원료 독점 대비 위해 국산화 작업 착수 韓, 원료의약품 기업 100개도 채 안돼… 정부 지원 절실

2025-11-12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국제 사회에서 중국산 원료의약품(API)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향후 미중 갈등으로 중국이 의약품 공급망을 무기화 할 수 있는 만큼, 대비가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12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시작, 의약품 공급망 위기, 각국 규제정책 의한 시장축소 등 요인으로 전 세계 의약품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진흥원은 미국의 의약품 부족은 최근 5년 중 지난해 2분기에 분기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어린이용 감기약 같은 일반의약품(OTC), 식염수, 항생제, 항암제 등 각종 처방약 및 항응고제, 마취제, 진통제 등 필수의약품 포함 부족 현상이 심각한 상태다.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인플레이션으로 제조 지연, 생산능력 부족으로 인한 의약품 부족 현상 심화, 제네릭 의약품 중 항생제 33%, 항암제 40% 급격한 감소 현상이 나타났다. 각국의 의약품 생산량은 한계가 있다보니, 글로벌 제약사들은 완제품 생산시설 및 API 생산시설의 대부분을 중국, 인도 같은 저비용 국가들로 이전한 상황이다. 국내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23년 보건산업백서에 따르면, 재작년 기준 국내 완제의약품 자급도는 68.7%다. 반면 원료의약품 자급도는 11.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미중갈등이 심화되면서, 전 세계에 원료의약품을 공급하는 중국이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까지 공급을 차단할 수 있단 점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처럼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면, 중국이 원료를 수출할 여유가 사라질 수 있다. 국제 사회의 중국 원료의약품 의존도가 높아지는 가장 큰 원인은, 자국 관련 제조사들의 가격 경쟁력이 중국 현지 소재 기업에 비해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중국·인도 등은 막대한 인구와 자원을 앞세워 값싼 원료의약품을 대량 생산한다. 반면 선진국 소재 기업일수록 인건비도 높고 자원도 부족해 중국과 출혈 경쟁을 할 수 없다. 철저히 상업적으로 변질된 민간 제약 시장이 특정 국가의 의약품 독점을 유발할 위험이 커진 셈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이미 미국 정부는 행정명령 시행을 통해 주요 의약품 자급도 향상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정책, API 자국 생산 등 공급망 안전성 확보를 위한 방안들을 추진 중에 있다. 2022년 9월 국가 바이오 기술 및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행정명령을 통해 약 20억 달러 이상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유럽은 유럽의약품청 등 관련 기구들이 의약품 공급부족 조정그룹을 통해 항생제 부족과 관련한 주요 공급업체 협력을 통해 제조 역량 확대 합의했다. EU 대다수 국가가 동의한 중요 의약품법은 주요 의약품, 원료의약품, 기초 화학물질 생산 장려 통해 해외 의존도 감소를 하는 것이 목표다. 일단 한국 정부도 지난해 3월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의 후속 조치인 제3차 제약산업 육성 지원 5개년 종합계획(2023~2027)을 수립 발표했다. 원료의약품 소부장 제조생산에 이르기까지 의약품 벨류체인별 인프라를 강화하고 허가, 약가 임상시험에 관련 제도나 규제를 개선하는 과제를 추진한단 계획이다. 다만 업계가 체감할 만한 수준은 아직 도출되지 않은 형국이다.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무는 “과거 제약바이오협회 회원사엔 100개가 좀 안되지만 다수의 원료의약품 제조사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소수의 회사만 남았다"며 "정부가 원료의약품 활성화를 위한 세제 혜택을 줘야 하며, 국산 원료사용 의약품 가격우대 제도 등이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