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겉멋 들린 오토봇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2025-11-12 이용 기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전 세계적인 인기 영화 ‘트랜스포머’에는 각종 운송수단으로 변신하는 멋진 로봇들이 등장한다. 부실한 스토리는 차치하더라도, 기계의 구조미가 드러나는 화려한 변신 장면 하나만으로도 트랜스포머를 볼 가치는 충분하다.
영화는 사악한 악의 로봇 집단 ‘디셉티콘’의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정의를 수호하는 ‘오토봇’이 인간과 손을 잡는다는 내용이다. 오토봇은 초반에 일방적으로 디셉티콘에게 밀리다가 결국 인간 친구들의 도움을 받고 이겨낸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오토봇이 승리하는게 오히려 말이 안된단 생각이 든다. 트랜스포머 로봇은 원래 외계인으로, 본체는 인간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기계생명이다. 이들은 지구에 존재하는 기계를 스캔해서 그 모습으로 변신하며 그 능력까지 사용할 수 있다. 디셉티콘은 전투기, 전차, 헬기, 굴삭기, 드릴 등 누가 봐도 전투에 최적화된 병기로 변신한다. 심지어 경찰차, 인공위성 등 전술 면에서도 월등한 가치를 가진 모델도 있다. 당연히 해당 장비가 보유한 미사일, 레이더, 경찰 데이터베이스 접근, 스텔스 기능까지 쓸 수 있다. 반면 오토봇의 주요 변신 대상은 벤츠, 포르쉐, 카마로 등 값비싼 스포츠카들이다. 이들이 쓰는 기능도 고작 차량용 라디오를 틀어주거나 하이빔을 깜빡이는 수준이다. 영화를 보고 있자니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지구를 지킨다는 놈들이 F22는 냅두고 페라리 F40으로 변신한다고?” 중동 졸부가 자식 대학교 입학 선물로 사줄 법한 자동차들로 구성된 오토봇이 미군의 현역 전쟁병기로 변신한 디셉티콘에게 감히 덤벼드는게 어이 없을 지경이다. 물론 영화 제작과 흥행을 위해선 차량 브랜드 협찬이 중요하기에 나온 연출이겠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보기엔 오토봇들은 겉멋만 잔뜩 들린 주제에 평화를 떠드는 모습이 됐다. 외형에만 신경 쓰느라 내실은 고려하지 않는 사례가 비단 오토봇 뿐은 아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겉멋’의 대표적인 사례다. 국민 보건의료를 지키겠다는 대의명분으로 포장한 정부, 정치권, 기업, 스타트업들 면면을 살펴보면, 내실은 부족하다. 일부 제약바이오 스타트업은 업계 최신 트랜드인 ADC(항체-약물접합체)와 비만치료제에 뛰어들었다. 정작 경쟁력도 없는 주제에 투자금이 안 몰린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면서도 서울 강남에 번듯한 사무실까지 뒀다. 블록버스터 신약 하나 없는 국내 제약 기업들은 건물 부지와 직원 연봉 만큼은 글로벌 제약사 못지 않다. 아니, 오히려 더 낫다. 과천 소재 모 제약사의 경우, 제약 산업보다 부동산 임대 사업으로 더 돈벌이를 잘하는 편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흉내내기에만 혈안이다. 정부는 첨단산업 기술 발전을 자신했해왔다. 그러나 전 정권은 제약업계 성과에 숟가락만 올렸고, 현 정부는 차세대 팬데믹 대응에 뒷전이다. 그래놓고 ‘제약바이오 n개년 계획’이니, ‘첨단산업 지원 확대’니 이름만 거창하다. 정치권은 늘상 업계를 위한 세제 혜택이나 연구개발 지원 법안을 들먹이면서도, 정작 국회에선 목소리를 못내 흐지부지 사라진다. 업계 속사정을 모르는 국민들이 겉으로 보기엔 “아 제약바이오에 대한 지원이 광범위하구나”할 일이나, 실제로 이뤄진 건 아무것도 없다. 선진국 흉내만 내는 국내 제약바이오는 산업계의 오토봇이라 할 만하다. 허울에만 집중하지 말고, 이제 제대로 된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다.